빙긋이/방우달(처세시인)
내 고향 동쪽 구룡산
그 산은 천년 고찰 영지사를 품었다.
그 절은 조그만 저수지 영지(影池)와 가깝다.
영지 못뚝 아래 단칸방 초가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중동이가 살았다.
중동이는 날마다 아랫 동네
우리 마을에서 동냥을 했다.
중동이는 나보다 열 살 위였다.
그는 개가 물어도 빙긋이 웃었다.
아이들이 돌을 던져도 빙긋이 웃었다.
어른들이 땡중 아들이라고
바보라고 놀려도 빙긋이 웃었다.
나는 초등학교 졸업하고 고향을 떠났다.
그 후 10년이 지나서 중동이 소식을 들었다.
노모가 먼저 돌아가시고
중동이도 바로 숨을 거뒀다고.
전설 같이 아프고 슬픈 추억
일흔에 돌아보니 중동이는 부처님이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빙긋이 웃는 그 모습이 그렇다.
요즘 나도 빙긋이 웃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