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喜喜樂樂

신은 벗어두고 어디로 갔을까?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10. 10. 01:11
신은 벗어두고 어디로 갔을까?/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 여러 입구에는
신을 벗어놓고 떠난 이들이 많다.
맨발로 걷기 열풍이 전국적으로 세게 불기 때문이다.
형형색색 신들이다.
 
벗어놓은 신들을 볼 때 마다 나는
영혼과 육체의 분리를 떠올린다.
육체에서 영혼의 이탈이다.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분명히 극락이나 천국에 들었을 것이다.
신이나 육체 같은
물질을 벗어야 들 수 있는 곳이다.
애막골 숲속은 극락이고 천국이다.
 
옛날에 자정 가까이 되어
서울 어느 한강 다리를
홀로 북에서 남으로 걸은 적이 있다.
다리 한 가운데 구두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고
양발도 곱게 개어서 올려 놓았더라.
머리가 섬뜩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건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몇 겹의 허물을 벗어야 가능하다.
나는 날마다 허물을 벗는다.
아직도 허물이 많다.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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