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뒤를 따르는 작은 수도승/방우달(처세시인)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 같은
이름은 참 예쁜 말이다.
새끼 자식이라는 말보다 아름답다.
원래 새끼 자식도 고귀하고 참한 말이었으나
사람이 더럽게 똥칠해 버렸다.
'개'자를 앞에 붙이면서다.
애막골 산책 중에
작은 수도승 같은 강아지를 만났다.
주인은 수도승 같은 분위기의 여성이다.
이 강아지는 절대 주인을 앞서는 법이 없단다.
대부분 사람들이 남보다 앞서
달리려는 이 세상에서
항상 뒤에서 얌전히 주인을 따라 걷는단다.
그래서 주인은 빨리 걷지 않는단다.
둘은 늘 느리고 평화롭고 사랑하는 관계다.
사실 모든 자연은 서로 주종 관계가 아니다.
소유의 관계도 아닌 대등한 공생의 관계다.
'주인 뒤를 따르는 작은 수도승'이란 말도
잘못 쓴 말이다.
'섬기는 이를 따르는 작은 수도승'이란 말이 좀 낫다.
공자 제자들이 스승의 앞은 물론 나가지 않고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처럼.
엄밀히 말하면 '섬기는 이'란 말도 맞지 않다.
이 세상에는 '섬김을 받는 이'도
'섬기는 이'도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동등하고 같은 값어치의 자연물이다.
애막골 산책길 숲속을 걸으면
나는 온전히 자연물이 된다.
고요하고 자유롭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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