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2.09.21.수요일

野塔 방우달 시인 2022. 9. 22. 10:01
[처세시인 방우달의 행복한 삶의 지혜와 향기]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2.09.21.수요일
 
"모든 사람은 벌거벗고 가난하게 태어나며, 삶의 비참함, 슬픔, 병듦, 곤란과 모든 종류의 고통을 겪게 마련이며, 종국에는 모두 죽게 된다. 인간을 사회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연약함이며, 우리 마음을 인간애로 이끌고 가는 것은 우리들이 공유하는 비참함이다." ㅡ 장 자크 루소
 
인생은 고통의 바다다. 생노병사 4고다. 불교의 인생관이다. 절망적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고 딛고 일어서는 것이 삶이다. 죽음은 인생의 목적이나 종착역이 아니다. 하나의 과정이다. 열반이나 해탈의 경지가 아니라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수용하고 견디며 잘 살아내고 있다.
 
연약함과 비참함이 인간애로 끌고 간다. 연대하는 것이다. 참 역설적이다. 그러나 맞는 말이다. 나의 삶도 그랬다.
 
07:10~11:30 남부노인복지관에 가서 컴퓨터 기초반 교육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다. 왕복 11,500보 걷다. 날씨가 좋아서 걷는 기쁨이 두 배다. 하늘의 뭉게구름과 약사천, 공지천 주변 나무, 풀, 꽃, 오리, 강물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다.
 
참 좋은 가을 날씨다. 집안에 갇혀 있기는 아깝다. 12:00~13:00 식기세척기가 고장 나서 수리하다. 10여년이 됐으니 당연하다. 또 수리기사가 40대 초반 남성인데 인상도 좋고 인성이 훌륭하다. 수리비로 돈이 들어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13:00 코로나 후유증으로 아내가 고통을 받고 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드라이브에 나서다. 아내는 꽃을 좋아한다. 가을엔 특히 코스모스를 좋아한다. 춘천엔 별로 없다. 김유정역 주변 실레마을로 갔다. 군데 군데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서서히 드라이브 하며 내려서 꽃을 구경하기도 한다. 참 좋다! 그런데 운전대가 뻣뻣해진다. 멈췄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조치를 취했다. 후평동 카센터까지 이동했다. 우리 부부도 렉카차에 동승했다. 이런 일 처음이다. 26년 나이의 차니까 폐차까지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수준은 아니고 부품을 교체하면 된다고 한다. 골동품 차라서 부품이 없어 전국적으로 수배중이란다.
 
차가 고장나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도 기분이 참 좋다. 보험회사에서 온 직원이 인상도 좋은 젊은이다. 매우 친절하고 인품도 좋다. 아, 오늘은 모두 좋은 사람들만 인연을 맺어 준다. 아니, 세상엔 훌륭한 분들이 훨씬 더 많다.
 
카센터는 우리 이웃이 운영하는 곳이다. 성실하고 기술이 좋으며 부부가 함께 일하는데 참 좋은 분들이다. 60대 전후다. 갑자기 고장난차를 가지고 갔더니 오늘은 만날 운명이란다. 퇴근 시간 30분 전에 전화해서 부부가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추석 명절도 무사히 지나고 했으니까 꼭 만나고 싶었단다.
 
오늘은 나쁜 일과 좋은 사람들을 동시에 맞이 한다. 3번이나 그렇다. 돈이 드는 일지만 기분이 좋다. 희한한 일이다. 축복이다!
 
18:30 이웃 부부와 우리 부부는 집 근처 진시황제 중식당에서 요리를 몇 가지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마시며 정담을 나누다. 끝나고 우리 집에 와서 막걸리와 맥주를 또 마시며 22:30 에 헤어지다. 참 좋은 이웃이다. 추석 전에 서로 과일 선물도 나누다. 카센터를 운영하면서 부부가 멋있게 행복하게 산다. 자존감이 대단한 훌륭한 분들이다.
 
오늘 하루는 비참함 속에서 인간애를 느낀 날이다. 은퇴생활이 넉넉하지는 않아서 돈은 많이 드는 고통이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감사하다! 오늘은 총 15,000보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