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혼詩魂

풍선 플러스 ㅡ 시인은 영혼의 이불을 짜는 사람이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22. 8. 10. 04:01

시인은 영혼의 이불을 짜는 사람이다 ㅡ 화우의 <독서와 인생> 중에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2005-07-13 16:21
 
 
[국내도서] 풍선 플러스
 방우달
 여름 | 2005.06.24
 7,000   6,300 원 ( 10% +5% P)
    
 

 

1. 서설.


우리가 시를 읽고, 쓰고, 시집을 사고 하는 행위는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어떤 사람은 시의 존재(또는 시라는 매개체)는 우리 정신과 영혼이 숨쉴 공간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 시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같이 삶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시를 읽고, 쓰고, 시집을 사고 하는 행위를 절대 끊을 수 없다.


2. 시인이란?


일단,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난감하다.
책 표지 안에는 분명하게 이름 뒤에 '시인'이라는 명징한 단어가 들어 있다.

그런데, 그의 책은 내가 옛날에 열심히 탐독하던 시집처럼 '추천 시인'의 그 읽으면 허무하고 어려운(?) 내용의 추천 글이 눈뜨고 살펴봐도 없고(그런 글이 있어야 시집이라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며, 개인적으로 나는 시집에 붙은 그런 류의 글이 어떤 필요에 의하여 붙지 않았나 의심하는 편이다), 부제로 "삶의 지혜와 향기로 지은 시, 단상, 수필의 집"이라고 말을 붙이고 있다.

그럼 그의 책에 적힌 이것들은 시일까. 아님 단상일까. 그것도 아님 수필일까.
속을 뒤져 봐도 그것을 구분짓는 표시가 없다.
그럼 쉽게 말하면 이것은 시이고, 단상이고, 수필이다.
이렇게 보면 될 것인가? 그가 그렇게 정의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그의 책에 쓰여진 이것들을 '시인이 쓴 시이자 단상이자 수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야! 쉽다.

그리고 일단 그것을 통괄하여 '시'라고 하자. 그가 '시인'으로 불리우는 것처럼


하지만 그의 속내를 살펴보면(아직 그를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고, 남의 속내를 꿰뚫어 볼 능력이 나에게 있지 않다. 내가 느끼기로로 고친다) 그는 '시와 시인'에 미련이 많으며, 이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의 삶이 그의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것 같다.

아래에 소개하겠지만, 다른 장르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가(家)"로 불리우는데, 왜 하필 시를 쓰는 사람들은 "인(人)"으로 불릴까 생각타가 그는 이런 시인이 되고 싶어한다.


詩는
밥이 아니다
詩는 헐벗은 이를 덮는
이불이다
詩는
먹을수록
시장 끼를 더해주지만
詩는
덮으면 따뜻하다
詩人은
밥 짓는 사람이 아니다
詩人은
헐벗고 굶주린
영혼의 이불을 짜는 사람이다
詩人은, 그래서,
배가 고프고 춥다

('시와 시인' 전문)


시詩는 늘 나를 가난하게 했지만
나는 나의 대책없는 삶을 사랑했다

('한가위'중에서)


그는 시인이면서도 바람직한 '시인'의 정의를 내리며, 그런 시인이 되고 싶어 한다.


시인이란 시를 쓰는 사람이다. 수필가, 소설가, 평론가,
미술가, 건축가, 공예가, 음악가, 작곡가 등 숱한 이름들이
'가(家)'를 붙이는데 비해 시를 쓰는 사람은 왜 '인(人)'을
붙일까?

사람이란 집에 산다. 즉 집에서 핵이 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 본질이다. 그만큼 시인이란 책임이 무겁다. 시와 사
람이 같다고 해서 시인이다. 그런데 시와 사람이 같지 않은
사람도 더러 있다. 그는 시인이 아니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 시와 인이 같지 않아도 좋은 시는 있
다. 그것은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너무 초월
해 있으므로) 예외인 경우이다.

시인은 언행일치는 기본이고 지행일치가 반드시 되어야
한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향기가 좋고 우아하고 아름
다워야 한다. 물론 나는 시인이라기엔 많이 부끄럽다. '시
따로 사람 따로'인지도 모른다. 일치를 위해 꾸준히 노력
하리.

('시 따로 사람 따로' 전문)


이런 그의 생각은 "작은 약속"이라는 글에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거의 다 알만한 꽤 이름이 알려진 60대 여성시인'이 자신의 시집을 부쳐 주겠다는 약속(그는 이것을 사소한 약속이라고 한다)을 어긴 사실로 하여 그 시인의 시와 삶이 유리된 실체를 꿰뚫는다.

그의 기준에 의하면 그녀가 아직 시인이 되기에 멀었고, 또 나의 판단에 의하면 그녀는 그가 생각하는 시인이 되기는 영 걸렀다.


내가 으뜸으로 여기는 시는 읽는 기쁨을 주는 시다.

단 한 편의 으뜸 시 쓰기 위해 난 매일 시 찾아간다.

('으뜸시' 중에서)


그는 "시인이라고 편지글, 연설문, 보고서를 잘 쓰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간판그림 중에서)고 겸손한 시구를 적었지만 그의 경력이나 직업(내일신문에 따르면 그는 모 구청 기획공보과장이고, '기획' 및 '공보'는 직업적으로 편지를, 연설문, 보고서를 잘 쓰야 하는 강요된 위치에 있다)으로 볼 때 그는 대한민국에서 누구 못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의 책을 보면 그런 느낌이 우리가 장맛이나 김치맛을 보는 것처럼 금방 드러난다.


3. 그의 詩는 기지(奇智)


기지(奇智)란 기발한 지혜 또는 뛰어난 지혜를 말한다. 시집의 부제 속에 "삶의 지혜"가 들어가 있듯이 그의 시집은 사람의 마음을 번쩍번쩍 울리는 종소리가 들어 있다. 이 종소리는 예배당의 종소리 보다는 멀리서 울리는 큰 절의 종소리다. 국립경주 박물관에 잠들어 있는 에밀레종 소리다.

그 소리와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그의 '기발한 시적 상상력'이다.


지구별 하나를 한쪽 발로 받치고
강물에 물구나무 선 새를 만나리라

('가끔 한쪽 다리를 감춰 보라' 중에서)


위트나 기지나 해학은 항상 장소와 시간, 그리고 대상이 적정 조건을 갖추었을 때 가장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 그의 청각과 시각은 늘 여기에 열려 있다.


산을 타는데 사진작가처럼 보이는 사람이 일년생 풀에
붙어 있는 벌레를 찍느라 렌즈를 이리저리 맞추고 있는데,
지나던 남자 등산객이 "짝짓기 하네요!" 말하자 또 지나던
여자 등산객이 "포르노 작가시군요!"하며 웃었다. 순수와
포르노의 차이는 말 한 마디에 달려 있다!

('순수와 포르노' 전문)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해지라고
경로당 옆에
어린이놀이터 두었다

('연륙교' 전단)

"화대花代를 받는 부부"에 이르면 그의 위트는 가히 절정에 달한다.
이것은 소개하지 않으련다. 꼭 그의 시집에서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4.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 그리고 삶에 대한 끊임없는 긍정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지만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에 더 안도한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으로 가기 위한 매개체다. 온라인은 관계와 자료를 찾고 만들기 위한 장소일 뿐이다. 그의 즐거움은 오프라인에서 훨씬 더 강하다.


이메일은 얼굴 없는 편지다. 연필이나 만년필로 꼭꼭 마
음을 눌러 쓴 또는 마음을 찍어 쓴 얼굴 있는 편지가 매우 그
립다. 얼굴 없는 편지를 많이 쓰고 받으면 마음이 공허해진
다. 반면에 얼굴 있는 편지는 쓰는 이나 받는 이의 마음을 아
리게 한다, 그리고 기다림의 긴장과 즐거움이 있다.

('얼굴 없는 편지' 전문)


그가 제시하는 삶의 지혜는 단순하다. 세상의 진리와 유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지 않다. 그것들은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깨달음에서 왔음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남을 탓하기 시작하면 마음의 갈증만 더해가고 자신을
탓하기 시작하면 맑고 시원한 샘물이 솟는다

('갈증' 후단)

이 세상에서의 모든 죄는 느낌 없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만큼 느낌이란 중요하다. 느낌이 없으면 희로애락
도 없을 것이고 선악의 구분도 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느
낌 있음은 인생을 풍요롭고 기름지게 만든다.

('느낌' 전단)

느낌을 계속 유지하려면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다.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고 좋은 일을 많이 하거나 생각하
고 시를 자주 읽으면 느낌은 샘물처럼 콸콸 쏟아 질 것이다.
느낌 없음의 인생은 불행하고 세상은 삭막하다.

('느낌' 후단)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수단은 우리 동양화의 겨울 풍경처럼 정겹고 단순하고, 먹이 묻지 않은 한지로 표현되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다.


삶이 힘들 때 가끔 한쪽 다리를 감추고
그 새처럼
내 운명의 우주를 흔들어 보라
삶이 가벼워진다, 가만히 우주가 들린다

('가끔 한쪽 다리를 감춰 보라' 중에서)


삶이 아름답고 그리울 때까지
말없이 살란다.
사치스런 여행은 생각도 말란다

('돌아올 수 없는 여행' 후단)


너의 삶
나의 삶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사는 삶과
마음의 무늬가 있을 뿐이다

('마음의 무늬' 전문)


삶의 이치는 사람이 즐기는 것들의 이치와 비슷하다.

야구, 마라톤, 바둑, 장기, 고스톱, 경마... 등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삶의 이치' 전문)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할 때 '나는 왜 사는가?'에서 찾으
려면 평생 답을 구하지 못할 것이다.

바꾸어서 '나는 왜 죽지 못하는가?에서 의미를 찾으면
금방 찾아진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죽지 못하는 이유가 사는 이유 아니겠는가!

('왜 죽지 못하는가?' 전문)


죽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사는 이유 아니겠는가!
눈이 번떡 뜨인다.
책방으로 달려가서 그의 지혜에 눈과 귀를 기울여 보시라.
그가 퍼서 돌려 부어주는 샘물을 퍼 마셔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