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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방우달의 ‘광화문 글판에 걸어도 좋으리’...짧지만 임팩트 강한 긴 여운의 시 100편

野塔 방우달 시인 2022. 2. 21. 14:09
[신간] 방우달의 ‘광화문 글판에 걸어도 좋으리’...짧지만 임팩트 강한 긴 여운의 시 100편
이완재 기자 승인 2022.02.21 09:52
 
휴대폰처럼 들고다녀도 좋을 책...마음의 글판이 될 잠언적 작품 앵콜 시선들의 대향연
 
[이슈인팩트 이완재 기자]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개인주의가 만연한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내 마음의 보석 같은 시집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휴대폰처럼 늘 휴대하며 심심할 때 펼쳐볼만한 느낌이 좋은 책이다. 본지 인기리에 연재중인 ‘방우달의 봄내골 편지’ 작가이자 시인 겸 수필가인 야탑 방우달이 신간 <광화문 글판에 걸어도 좋으리>를 펴냈다.
 
처세시인 방우달이 교보문고 퍼플을 통해 낸 그의 25번째 작품집으로 POD(주문형 종이책) 형태로 제작됐다. 그가 그동안 써놓은 시들 중 짧은 시 위주로 엄선된 앵콜 시선집이다. 책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으로 구성됐고, 한 편 한 편 일상의 잔잔한 감동과 깨달음이 있는 100편의 시가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다.
 
시인은 책 서문에서 출간 배경을 “3개월 마다 바뀌는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걸어도 좋을 짧은 잠언적 작품 100편을 담았다. 명언집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연 그렇다.
 
시집에 소개된 시들의 공통점은 짧다. 기껏 길어야 대부분 네 행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그래서 읽기 쉽고 지루하지 않으며 느낌 또한 바로 온다. 어떤 사상이나 진리를 예리하고 간결하게 표현해 낸 경구(警句)이자, 아포리즘(aphorism)이 그의 시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짧지만 순간 임팩트가 강한 긴 여운의 시가 또한 특징이다.
 
그래서일까! 방우달의 시를 대하면 요즘 시쳇말로 순간반응, 타격감 피드백 최고의 시임을 금세 알 수 있다. SNS 시대 휴대폰 메모장에 시를 쓰는 세상인데 거기에 걸맞는 시대 분위기와 트렌드에 딱 맞아떨어지는 시들이다. 맛보기로 본문에 수록된 몇 편의 시들을 감상해본다.
 
본문 중 봄 편에 실린 시 ‘관광과 여행’을 보자.
 
풍경을 눈에 담으면 관광이고
풍경을 맘에 담으면 여행이다
인생은 관광이면서 여행이다.
 
여행지에서 맞닥뜨리는 똑같은 풍경 앞에 관광과 여행을 구분짓는 시인의 안목(眼目)이 경이롭다.
 
시 ‘항복’도 눈길을 끈다.
 
행복은 항복에서 온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항복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투항하는 것이다.
 
‘행복’과 ‘항복’은 글자 한 끗 차이, 모음 한 획 차이지만 이렇게 풀어서 보면 또 엄청난 차이가 느껴지는 단어다. 항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행복 이라니 어찌 적극적으로 투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름 편 ‘삶의 여백’이다.
 
꿀을 빨다가
다리도, 날개도 잃는 벌들이 많다.
삶의 여백이 적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여백’이란 의미는 선뜻 와 닿지 않는다. 모두가 무의식중에 순간 먹기 쉬운 달디 단 꿀만 빨다가 불의에 다리와 날개를 잃는 벌 신세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문득 자신의 길을 뒤돌아보게 하는, 삶의 여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주는 시다.
 
겨울 편 ‘성인(聖人) 거미’다.
 
거미는 성인이다.
보이게 줄을 쳐놓고
눈이 먼 것들이나 재수 없이 걸린 놈들만 먹는다.
 
거미는 느긋하다. 거미는 굳이 힘들여 복잡하고 교묘한 덫을 치지 않아도 어리석은 멋잇감이 알아서 쉽게 자신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려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삶의 달인이자 고수이다. 거미가 성인 칭송을 받도록 도와주는 자발적인 조력자가 알고보면 우리 인간 세상에도 도처에 널려 있다. 널리 퍼져 있는 오래된 인간 삶의 한 방식이다. 덫을 놓고, 덫에 걸려든다는 약육강식의 구조 말이다.
 
시집 '광화문 글판에 걸어도 좋으리' 저자 방우달 시인
 
아래는 이 시집의 <서문> 전문이다.
 
당신의 목을 걸어도, 목에 걸어도 좋으리
 
최근 30년 사이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많은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했음에도 살기는 더욱 힘들어졌고 미래는 불안합니다. 좋은 인성을 키우고 마음을 수양하기보다는 먹고 사는 수단 방법 배우기에 더 열중입니다. 생활보다는 생존에 더 가치를 두고, 삶의 기초 수단인 재화 확보에 비중을 더 두는 듯한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되는 경향입니다. 이럴수록 한 편에서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더 강조합니다. 인간의 품위와 가치를 더 존중합니다.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해야 행복해진다고 외칩니다.
 
시간은 많아도 마음의 여유는 줄어드는 현대사회입니다. 길고 어려운 글은 싫어합니다. 짧고 단순하고 깊이 있는 글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가볍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짧은 시도 어렵다고 읽지 않습니다. 그래서 졸저 24권 중에서 ‘처세시’를 중심으로 쉽게 읽히고 깊이 있으며 여운이 오래가는 잠언적인 짧은 글들을 100편 선별해서 묶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인문학의 맛을 깊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글판’을 당신의 소중한 목에 걸어도 좋을 것입니다. 목을 걸어도 아깝지 않은 짧은 글 한 구절은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불안하고 살기 힘든 이 시대에 희망과 꿈과 용기를 주고 위안을 받는 ‘마음의 글판’으로 당신에게 안기기를 소망합니다.
 
- 2022년 2월 춘천에서 처세시인 방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