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2.08.07.일요일

野塔 방우달 시인 2022. 8. 8. 05:17
[처세시인 방우달의 행복한 삶의 지혜와 향기]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2.08.07.일요일
 
"반려견 반려조는 늘 가는 산책길인데도 처음 맞는 바람인 것처럼 처음 맡는 냄새인 것처럼 집중한다. 뭐든 대충 훑어 보고 다 안다고, 지루하다고 느끼던 나의 관성을 낯설게 만들고 부숴버린다. ~ . 이젠 흘려보내도 될 것, 소중히 여겨야 할 것, 잘 모르겠으니 좀 더 기다려 볼 마음들이 담담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ㅡ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허은주 지음. 수오서재 펴냄) 중에서
 
반려동물한테 배우는것도 많다. 위안, 사랑, 즐거움 등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단지 이웃이나 다른 이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짓는 소리, 길거리 공원 등에 방치된 똥오줌, 목줄, 입마개 갖추기 등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꼭 지켰으면 좋겠다.
 
일반 동물들은 바람 냄새 등 일상적인것도 늘 호기심을 갖고 집중한다고 한다. 처음인 것처럼. 뭐든지 처음인 것 살면 모든 사람들도 살맛이 날 것이다. 모든 것을 새로운 느낌으로 맞이 하니까 지루하지 않은 일상이 될 것이다. 뭐든지 대충 훑어 보면 깊이 알지 못하니까 정을 느끼지도 못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시점에서 흘려보내도 될 것, 소중히 지켜야 할 것, 잘 모르겠으니 좀 더 기다려 볼 마음이 생긴다는 것은 대단한 경지의 삶이다. 깊이 있는 지혜다. 사색과 명상으로 다져진 삶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5기'가 그런 것이다. 그런 삶을 위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어제 이웃 부부와의 과음으로 낮에는 계속 휴면의 시간을 가졌다. 오전에 삶은 고구마 하나 먹고 저녁엔 청국장에 밥 한 공기 먹다. 간단한 식사다. 19:50~23:30 '야탑 수행길' 밤 산책에 나서다.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가을이 좀 섞여 있다. 아, 입추다. 그래서 그렇구나. 계절은 속이지 않는다.
 
온종일 집안에 있는데 마음이 울적하다. 60대, 70대 시인은 '오빠 생각' 노래를 보내오고, 삶의 허무 무상을 담은 글들을 날린다. 또 나이 든 지인들도 친구의 중요성, 인생 세월의 덧없음을 실은 글들을 카톡으로 보내온다.
 
배도 마음도 촐촐하다. 12,400보도 걸었다. 집 근처 소담횟집에 들러 홀로 광어회 한 접시 시켜서 소주 한 병을 마셨다. 33,000원이다. 마음을 달래다. 그래도 오늘은 우울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반려동물은 필요하지 않다! 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