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백지(白紙)의 날에

野塔 방우달 시인 2022. 2. 11. 03:44
백지(白紙)의 날에/방우달(처세시인)
 
백지(白紙)의 날이다.
내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빈 날이지만
나는 아무것도 쓰거나 그리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하루를 백지(白紙)로 두고 싶었다.
백지(白紙)를 쉬게 하고 나도 하루 쉬었다.
 
깊은 숨을 들이키고 내뱉는 사이 가슴 속이 시원하기만 해도,
음식 맛을 알며 불편함이 없이 제대로 씹어 먹을 수만 있어도,
시원스럽게 대소변을 볼 수만 있어도,
잠자리에서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깊은 잠을 잘 수만 있어도,
자다가 깨어 화장실에만 자주 가지 않아도,
손발을 제대로 움직일 수만 있어도...
 
백지(白紙)의 날에 곰곰히 나를 살펴보니
그냥 지나친 수 없이 많은 이런 일들이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을 안겨주드라.
 

 

'미발표 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CCTV  (0) 2022.02.19
관점(프레임)  (0) 2022.02.15
물론 '반드시'는 아닙니다  (0) 2022.02.07
죽으면 늙어야지  (0) 2022.01.16
실컷 보고 나면  (0) 202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