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2.02.06.일

野塔 방우달 시인 2022. 2. 7. 04:46
처세시인 방우달의 행복한 삶의 지혜와 향기]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2.02.06.일
 
설 명절 이후 '백지의 나날'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처음 이틀은 힘들었지만 빡세게 걷고 연속 이틀 소주 한 병씩 마시며 금단현상도 없어졌다. 기운이 살아나고 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듯이 생체리듬도 본래의 모습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대체로 '백지의 일상'을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으로 잘 채우고 산다. 13:00 아내와 9일 만에 드라이브를 나서다. 차 시동 겸 46번 국도 등 32Km 주행하다. 샘밭장터에 주차 시키고 소양강변 하류를 10,000보 걷다. 걷기에 딱 좋은 겨울 오후 날씨다. 춘천에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일 100명이 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러 나왔다. 무료함, 우울을 견디기 힘들었으리라.
 
귀가하여 쓰레기를 배출하고 후평 일단지 전통 시장에서 호떡 4개 4,000원 사오다. 어제 저녁부터 아내가 먹고 싶어 했다. 맛있는 집이다. 전도 잘 부치는 집이고 오랫동안 잘 해서 빌딩도 샀다는 억척 아주머니 사장이다.
 
오늘은 단주하고 내면의 삶을 단단히 하다. 나이가 들면 '별 희망 기대도 없이 사는 법'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지혜롭게 사는 법이다. 즉 건강, 돈, 생활상황이 어제보다 더 크게 나빠지지 않았으면 '축복이다!' 생각하는 받아들임의 마음가짐이다.
 
나이가 들면 내려놓고 비울 것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많다.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기대와 희망을 내려놓고 비워야 하는구나. 받아들이는구나. 그리고는 허허 웃는구나. 옛날 어른들이 그러셨듯이. 좌우지간 오늘은 잘 살았다. 잘 살아줘서 고맙다. 축복이다.
 
올해 겨울은 다 죽어가던 영산홍이 한 줄기는 죽고 살아 남은 한 줄기에서는 꽃들을 피워줘서 고맙다. 봄이 오기 전에 모진 한파의 매서운 겨울에 은은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