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시인 방우달의 행복한 삶의 지혜와 향기]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1.10. 29.금
아무 일 없이 보낸 하루가 행복한 날이었다. 가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백지인 날이다. 백지에 내 마음 대로 글을 써 넣든지 그림을 그리든지 그냥 백지로 놔 주든지 하면 되는 날 말이다. 은퇴 생활 중에도 대부분 백지 날이지만 백지 날은 언제나 고요하고 행복하다.
약속 같은 정해진 일이 있는 날은 스트레스다. 완벽주의자인 나는 그 준비를 위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보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무 일이 없는 날은 내 하고 싶은 대로 그때그때 생각해서 하면 되니까 아무 거리낌이 없이 고요하다.
오늘도 그랬다. 이틀 동안 열심히 걸었으니 산책도 쉬기로 했다. 부담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전기도 잘 들어오고 물도 잘 나오고 도시가스도 잘 나오니, 또 쌀도 있고 김치도 된장도 간장도 있으니, 또 화장지도 잔뜩 있으니, 집안이 춥지 않으니, 옷도 있고, 잘 방도 있으니, 크게 아픈 곳도 없으니 이 아니 좋은가.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춘천에서 검소하고 단순하게 살며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읽고 싶은 대로 읽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된다. 대한 민국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다. 어떤 이는 이런 삶을 하급 인생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좋다. 눈치 볼 것 없다. 타인에게 손해는 끼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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