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헛살아서 오늘도 혼술한다
방우달(처세시인)
내 주위에 서너 명의 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도 취미도 상관 없고 성별도 관계 없고
소주 1일 1병 주 3회 자랑스런 주량에
술값은 나누어낼 정도 재력이 되면 좋고
(나는 가난한 시인이라 매번 낼 수는 없으니까)
술좌석에서 남들 험담하지 않고 세상사 절대 탓하지 않고
값싼 자기 신세타령하지 않고 가정사 말하지 않고
정치 종교 끝도 없는 소리하지 않고
군대 얘기 왕년의 잘 나갔던 얘기하지 않고
그저 술 사랑 사람사는 세상 이야기나 하고
천진난만한 얼굴에 묻은 언행으로 좌중을 웃게 만들고
헤어질 때마다 아쉬운 듯 눈물 글썽이는
아무런 조건도 없는 만남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 술 친구 서넛만 있었으면 참 좋겠다.
나는 헛살아서 오늘도 객지에서 혼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