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몽당 사랑

野塔 방우달 시인 2020. 12. 26. 02:04

몽당 사랑

 

방우달(처세시인)

 

오래 쓰면 무엇이든지 닳는다

닳고 닳아 몽당해질 때까지 쓴다

돈이 없어서도 대체품이 없어서도 아니다

오래 오래 쓴다는 것은

아낀다는 말이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짧고 짧은 몽당 연필은 볼펜꽂이에 꽂아 쓰고

얇고 얇은 몽당 세숫비누는 몇 개를 포개고 뭉쳐서 쓴다

무엇이든지 오래 쓰면 닳는다

몽당해진 내 몸도 쓸 수 없을 때까지 쓰리라

 

사랑도 몽당 사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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