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생이다
방우달(시인)
어젯밤은 날밤으로 보냈다.
일상처럼 어려운 두꺼운 책을 읽고
유튜브로 강의 몇 개 듣고 몇 줄의 글을 썼다.
새벽 네시
속은 시장하고 술 생각이 간절하다.
24시 감자탕집에 가서 뼈다귀해장국에
홀로 소주 한두 병 마시고 싶었다.
잠깐 멈춤!
나이 일흔에 코로나19에 진다해도 후회될 일은 없지 않는가.
핑계지만 가족들과의 자가 격리가 걱정되었다.
혼자서 조용히 거실에서
35도짜리 10년산 다래 담금주 한 병을 마셨다.
막걸리 안주인 김치와 고추와 양파를 긴급 소환했다.
술맛이 나지 않았다.
대면 사회에서 비대면 사회로 빠지는
포스트 코로나19에는 어떻게 살지 지금부터 걱정이다.
나는 역시 좀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