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울증
방우달(시인)
새 1,000년이 열리기 몇 년 전에
서울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사서 크게 재미를 본
복부인도 아닌 평범한 한 아주머니
강남은 오를 만큼 올랐으니 강북으로 곧 매기가 옮겨붙겠지
그야말로 단순한 추측과 욕심에
강남 아파트를 팔아 같은 돈으로 강북에 두 채를 샀는데
강남은 집값이 끝없이 오르고 강북은 오히려 떨어지는 바람에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그 아주머니
새 1,000년을 열지 못하고 고층 아파트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10년 전에 분당 신도시 아파트를 팔고 같은 돈으로
평수가 두 배나 큰 아파트를 한 채 사서 춘천으로 이주했다
이주할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웠는데도
분당 신도시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춘천 아파트값은 떨어지니
투신자살한 강북 그 아주머니 심정이 내게 똑같이 옮겨붙었다
사는 데는 집값이 얼마든지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묘한 기분이 드는 참아내기 힘든 2018년 우울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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