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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12. 23. 01:51



배설


방우달(시인)


집에 하나 뿐인

변기가 고장난 경험을 해본 사람은 안다

배설기능의 소중함을

낡았거나

고장났거나

병들어서 제 기능 잃으면

나도 남들도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어하는가를

눈구멍 두 개

콧구멍 두 개

목구멍 하나

똥구멍 하나

오줌구멍 하나

구멍이 제대로 흐르지 않거나

막혀버리면 모든 게 끝장이라는 것

겪어본 사람은 생생히 기억한다

사랑을 잃고 앓아본 사람도 안다

사랑은 소통이고 배설이라는 것을

하나 뿐인 것의 소중함을

잘 돌아갈 때는 까맣게 몰랐던 것들

오늘 아끼고 감사하고

지금 사랑해야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