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혼자 사는 인간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3. 2. 05:54



혼자 사는 인간


방우달(시인)


요즈음은 정말로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므로

따라 가려면 숨이 탁탁 막힌다.

말도 다 할 시간이 없어서 줄여서 말한다.

미리 뜻을 알아 두지 않으면 알아 듣기도 힘들다. 

그만큼 여유가 없는 삶이다.


혼자 먹는 밥을 혼밥, 혼자 마시는 술을 혼술,

혼자 하는 여행을 혼행이라고 한다.

그래서 혼자 사는 인간을 나는 '혼인'이라고 축약해서 부른다.


왜 이렇게 '혼'자가 들어가는 말이 유행하고

그 말과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점점 많아지는 것일까?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적응하며 살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경제적 시간적 여건이나 성격상 건강상으로 혼자 사는 것이

편하고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경제학의 '기회의 비용' 원칙이 적용된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 이상을 포기해야 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선택해야 할 항목은 늘어난다.

그러나 제한된 여건이나 환경에서

모든 것을 다 선택하고

모든 것을 다 누릴 수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렇게 살아 가다가는 차츰

인간은 가상의 세계 즉 사어버 세계로 숨어버리게 된다.

벌써 그런 현상들이 곳곳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다. 


곧 '혼인'에서 '사인(사이버에서 사는 인간)'으로 바뀌고

다시 '혼사(혼자 사는 사인)'으로 바뀔 것이다.


사실 은퇴 후 살아 보니,

행복하게 사는 데는 많은 사람들과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돈은 건강 유지 비용과

검소하게 먹고 자고 입고

약간의 문화생활에 필요한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이 정도의 돈도 사람에 따라서 정도가 다르고

현재 그 정도를 확보하고 사는 사람들도 50%가 안될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도 그렇다.

먹고 살기 위해 활동할 때는 서로 돕고 살아야 하니까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되지만

은퇴 후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활동 범위가 줄어 들고 관계가 단절되고

정작 내 삶에 영향을 미치거나 행복을 함께 주고 받는 사람은

가족 친인척 친구 동호회원 등

수십명에 지나지 않는다.


조물주는 최초에 인간을 만들 때 요즈음처럼 살라고는

창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욕심 없이 함께 살면서 서로 돕고 나누며 정이 넘치는

사회인으로 살기를 원했을 것이다.

또 이렇게 100세 이상 장수하는 유전자를 빼려다가

깜빡하고 그냥 뒀을 것이다. 


어찌됐던 생각하기에 따라서

'혼인'은 편리하고 비용이 적게 들지는 몰라도

불쌍하고 외롭고 쓸쓸한 인간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혼인'은 편리하고 부담 없고 행복하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마시는 술, 혼자 하는 여행이 늘어나고

따라서 혼인이 앞으로 대세가 될 전망이다.

은퇴 후 5년 만에 나도 그렇게 살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