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신비다
방우달(시인)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을 일상日常이라고 합니다.
매일 반복되고 보통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사실은 가장 소중하고 가장 신비스러운 일입니다.
숨 쉬고 먹고 배설하고 잠 자고 걷고 앉고 서고
만지고 말하고 듣고 보고 사랑하고
이 모든 것들을
날마다 그렇게 변함없이 반복하며 산다는 것이
정말로 신비스럽지 않습니까?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한다고 일상을 지겨워하지만
일상을 잘 해결하고 잘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소일消日이라는 말이 있지요.
'어떤 일에 마음을 붙여 심심하지 않게 세월을 보냄'이거나
'별로 뚜렷하게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냄'을 뜻합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보통 사람은
세월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먹고도 살아야 되고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니
아침에 눈을 뜨기가 지옥과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의외로 많습니다.
소일거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소일消日이란
사실 그 소중한 시간을 '죽인다'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일상이 지겹다거나 심심하다는 것을 뒤집으면
아직은 건강하고 살 만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죽어가는 사람은 단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 합니다.
일상日常을 그냥 그렇게 절대 소일消日하지 말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서
주인된 생각으로 열정적으로 살아내야 할 것입니다.
노후의 세월을 흘러 보내기만 하지 말고
즐겁고 희망차게 맞이 하면서 일상을 다채롭게 꾸미고
아름답게 사는 일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날마다 반복되는 보통의 일,
일상이 가장 소중하고 신비로운 일입니다.
삶의 신비와 지혜는 일상에서 나오고 일상에서 끝납니다.
일상이 곧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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