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이웃 사촌

野塔 방우달 시인 2016. 12. 10. 21:39

이웃 사촌


방우달(시인)


18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스무숲솔바람공원이 있다

공원엔 어린이 조합놀이대 놀이기구가 있고

햇살이 따뜻한 오후 서너시에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모여서

미끄럼틀 타고 모래밭에서 깔깔거리며

놀이가 삶이고 삶이 즐겁다

그곳에는 또 롤링웨이스트 레그프레스

크로스컨트리 허리돌리기

제조회사에 따라 외래어 이름 한글 이름을 달고

사용법과 효과를 자세히 써붙인

운동 시설이 몇 개 설치되어 있다 

아이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들이

아이들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같은 공원에서 같은 시대를 다르게 살아간다

어른들은 이른 아침 늦은 저녁 시간에 오고

일흔 넘은 어르신들은 오전10시에 공원을 산책하고

운동 시설을 가볍게 돌리거나 몸을 흔들거나

가끔 하늘을 걷기도 한다

아이들과는 달리 즐겁거나 행복한 얼굴이 아니다

날마다 공원엔 인생의 의무처럼

대부분 오는 사람이 오고 또 그 시간에 온다

사는 것이 운동이 생활이 습관처럼 굳어있다

날마다 뵈던 어르신이 몇 날 보이지 않으면

18층은 근심 걱정으로 가득 채워진다

감길까 몸살일까 뼈가 부러졌을까 큰병일까

아니면 혹시 이 세상 떠났을까

나는 왜 부모 형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낯선 사람을 걱정하며 살고 있을까

18층 높은 곳에서 왜 내 생을 욕할까

아, 나는 나그네 나그네로구나!

나그네 마음 둘 곳 어디 있더냐

이웃 사촌이 나그네의 생명 아니랴






'미발표 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山  (0) 2016.12.22
  (0) 2016.12.22
달동네  (0) 2016.12.10
풍경  (0) 2016.12.09
달동네 연가  (0) 2016.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