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
방우달(시인)
그림 한 점을 사는데는 고가를 지불한다
그런데 시 한 편은 공짜이거나
소주 한 잔으로 끝낸다
원가계산의 현주소다
그림을 그리려면 붓 물감 종이 표구값이
장난이 아니란다
반면에 시는 값싼 몽당 연필 한 자루와
피우다 버린 빈 담배갑이면 충분하단다
어디 백지에 연필만 들이댄다고
시가 그냥 나오더냐?
여태 살아온 삶, 여행, 독서, 사색,
명상과 온갖 값비싼 양념이 버물려서
함축적으로 한 장 행간의 침묵으로 빚어지는데
시값을 겉으로 뵈는 원가계산만으로 끝날 일인가
나는 원재료값도 안되는 시를 오늘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