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가을걷이

野塔 방우달 시인 2015. 9. 22. 08:00

가을걷이

사랑한다, 사랑한다
백만 번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사랑할 수 없는
나!

미워한다, 미워한다
천만 번을 미워한다고 말해도
미워할 수 없는
너!

용서한다, 용서한다
수억 번을 용서한다고 말해도
용서되지 않는

너와 나
이 세상에 태어난 것!

- 방우달의 《풍선 플러스》 중에서 -

살아 있는 동안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입니다.
올해도 가을걷이를 생각해 봅니다.
거둘 것이 없어도 소중한 나의 가을입니다. 봄부터 씨앗을
다시 뿌리고 정성스럽게 가꿀 수 없는 인생의 가을,
자책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겨울 나무 빈 가지로 서서
잔인한 운명을 탓하지 않으며
햇빛을 가리지 않는 선한 나무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