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가을에 관한 詩 2 편-방우달

野塔 방우달 시인 2015. 9. 13. 05:58

가을에 관한 詩 2 편-방우달

 

가을이 왔다.

가을엔 모든 이들이 시인이 된다.

아름다운 사람, 비우는 사람, 사색하는 사람이 된다.

마음의 풍성한 수확이다.

 

졸시 중에 가을만 되면 인터넷을 누비는 <가을에 관한 시> 두 편이 있다.

<울어도 어울리는 계절>과 <단풍놀이>다.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가진 것 별로 없는 시인의 따뜻한 나눔이고 싶다! 

 

울어도 어울리는 계절

 

 방우달(시인)

 

 

술을 많이 마시면
사철 어느 때든지 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을에는
술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울 수 있습니다
가을이 슬퍼서가 아닙니다
가을은 나를
인간으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울면서 태어나
울면서 돌아갈 운명입니다
눈물이 없으면 인간이 아닙니다
가을은 인간을 울게 하는 계절입니다
가을은 울어도
수치스럽지 않은 계절입니다
겨울에 울면 가련해 보입니다
여름에 울면 어색해 보입니다
가을은 울기에 가장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뺨을 맞아도 괜찮은 계절입니다

- 방우달의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중에서 -

 

 

 단풍놀이 - 무덤 6

 

방우달(시인)

예측한 일이지만, 무르익은 갈바람이 불어오자
흠뻑 눈물 머금은 잎들은 밤내 울어버린 것이다.
눈으로만 운 게 아니라
가슴으로 팔다리로 발바닥까지
온몸으로 울긋불긋한 빛깔을 흘린 것이다.
맹물로만 운 게 아니라
소금의 짠맛도
산새의 구슬픈 노래도
아래로 아래로 지는 바람도 함께 버무려
기나긴 골짜기를 타고
우수수 몸부림치며 흐른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아름답다고
벌떼같이 산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단풍들은 그것이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잎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한꺼번에 울어버리는 것이다. 

-방우달의 <<테헤란로의 이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