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의 아침편지>로 배달된 詩 5 편-방우달
자주 들락거려 다오
너를 기억하기엔
내 기억의 용량이 모자란다
그러니
자주 들락거려 다오
- 방우달의《그늘에서도 그을린다》에
실린 시 <작은 둥지>(전문)에서 -
* 발걸음이 뜸해지면 마음도 멀어집니다.
마음이 멀어져 행여라도 잊혀지지 않도록,
친구여! 사랑하는 사람이여!
자주 들락거려 다오.
눈을 뜨고 자는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눈을 감고 잠을 잔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잘 잔다.
그런데 정말 깊은 잠을 자는 사람은
밝은 곳에서 눈을 뜨고 자는 사람이다.
행군 중에 잠을 자는 젊은 병사처럼.
- 방우달의 시집《아름다운 바보》에 실린 시 <깊은 잠>(전문)에서 -
* 눈을 뜨고 잠을 자는 젊은 병사들이 있기 때문에
그밖의 사람들은 편안히 눈을 감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비 피해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밖의 사람들이 더 크게 눈을 뜨고 있어야
사고의 전환
머리에 이고 다니는 것과
발로 밟고 다니는 것을 서로 바꾸어 보라
지구를 머리에 이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우니까 발로 밟고 다니듯이
하늘을 발로 밟고 다니기에는
너무 가벼우니까 머리에 이고 다니듯이
- 방우달의《쬐끔만 더 우아하게》중에서 -
* 요즈음 모두가 힘들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생각, 곧 사고를 조금만 바꾸면
묻혔던 힘이 생기고 저절로 웃음도 나옵니다.
그 웃음과 더불어 새로운 생명력을 키우고 꿈을 부풀게
합니다. 힘들 때의 한 모금 웃음은 자연 치유가 됩니다.
작은 둥지
너를 기억하기엔
내 기억의 용량이 모자란다
그러니
자주 들락거려 다오
- 방우달의《그늘에서도 그을린다》중에서 -
* 우리의 삶은
작은 둥지 안에 있습니다.
가정이란 둥지입니다. 그 둥지 안에 가족이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언젠가는 새끼들이
모두 떠나갈 둥지입니다. 부모는 늙고 아프고 병들어서
건망증도 치매도 찾아옵니다. 자주 만나지 않으면
자식들이지만 잊어버립니다. 아니 잃어버립니다.
둥지에 자주 들락거리는 일이
은혜를 갚는 길입니다.
서투른 새, 노련한 새
떠날 때를 보면
떠나고 난 후에 보면
떠난 새가 제대로 보인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고 떠난다.
떠난 후 가지가 한참 흔들린다.
노련한 새는
가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모르게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난다.
떠나가도
늘 앉아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가지에게 포근한 무게를 느끼게 한다.
- 방우달의《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중에서 -
* 인간관계에서
만남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헤어짐입니다.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아름답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뭇가지를 얼마나 흔들었는지, 나는 가지에게
어떤 느낌을 줬는지,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돌이켜 보며 용서를 하고 받고 상처도 치유하며
살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노련한 새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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