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아침마다 다림질된 남자'

野塔 방우달 시인 2015. 9. 8. 08:00

'아침마다 다림질된 남자'

그녀는 아침마다 다림질한다
와이셔츠 목도리 바지
부위별로 뜨겁게 다림질한다
그녀는 이제 구겨진 내 마음까지 다림질한다
오늘 잘 구겨지라고
구겨져야 우리 식속들 굶지 않는다고
가늘게 물을 뿜는 그녀의 사랑에
나는 아침마다 잘 다림질된다
웃으며 구겨지기 위해
찍소리 없이 다림질된다


- 방우달의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중에서 -

직장인은 먹고 사는 일이 구겨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체면도 자존심도 양심도 온전한 상태로 유지하려면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고 굶기 딱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이 구겨지면 다려주는 그녀의 사랑과
또 웃으며 구겨지기 위해
아침마다 마음이 다림질되는 남자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현실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대나무처럼 살기도 버드나무처럼 살기도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균형잡힌 조화로운 삶의 지혜를
아침마다 터득하며 생업의 터전으로 오늘도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