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15. 7. 30. 08:00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

 

떠날 때를 보면
떠나고 난 후에 보면
떠난 새가 제대로 보인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고 떠난다
떠난 후 가지가 한참 흔들린다
노련한 새는
가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모르게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난다
떠나가도
늘 앉아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가지에게 포근한 무게를 느끼게 한다


- 방우달의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중에서 -

인간관계에서 만남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만
그 보다 더 소중한 것은 헤어짐입니다.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아름답기는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생을 살면서 우리는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집니다.
누군가에게 새도 될 수 있고 나뭇가지도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나뭇가지를 얼마나 흔들었는지, 나는 얼마나 흔들렸는지,
나는 가지에게 어떤 느낌을 줬는지,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돌이켜 보며 용서를 하고 받고 상처도 치유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노련한 새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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