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 방우달
- 무덤 6
예측한 일이지만, 무르익은 갈바람이 불어오자
흠뻑 눈물 머금은 잎들은 밤내 울어버린 것이다.
눈으로만 운 게 아니라
가슴으로 팔다리로 발바닥까지
온몸으로 울긋불긋한 빛깔을 흘린 것이다.
맹물로만 운 게 아니라
소금의 짠맛도
산새의 구슬픈 노래도
아래로 아래로 지는 바람도 함께 버무려
기나긴 골짜기를 타고
우수수 몸부림치며 흐른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아름답다고
벌떼같이 산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단풍들은 그것이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잎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한꺼번에 울어버리는 것이다.
* 테헤란로의 이슬 / 1998 작가정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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