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5

빨간 열매들

빨간 열매들/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 가는 길에 외출했다 귀가하는 아내를 만났다. 점심은요? 안 먹었어요! 오늘은 11:00에 아점을 먹어 밥 생각이 없었다. 점심 대신에 간식으로 양파즙, 생강젤리, 홍삼, 귤, 사과, 배, 더덕잼, 청국장가루...등 먹었어요. 또 그거? 그거 뭐요? 생각이 안난다. 빨간 열매 있잖아요? 아내는 오미자? 구기자? .... 산수유? 다 말한다. 맞아요, 산수유! 입안에서 뱅뱅 도는데 단어가 튀어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입력도 잘 안되고 입력된 것이 출력도 잘 안된다. 학교 다닐 때 전교 수석 입학, 수석 졸업해도 세월에는 이기지 못한다. 아직은 살아 온 길을 기억하고 있고, 살아 갈 길도 대충은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치매로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서글프다. 우..

치매

치매 내리지 않을 듯 하더니 지하철 문이 닫힐 무렵 뛰쳐나가 몇 발자국 천천히 걸어가다 뒤들 돌아보며 힐끗 웃는 그때부터 지하철은 거꾸로 달린다, 유년의 종착역을 향하여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마다 손을 흔들며. - 방우달의 《알을 낳는 나그네》 중에서 - 고혈압, 당뇨, 치매, 암 환자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 병을 모시고 길들이며 함께 살아야 합니다. 비관하고 좌절하며 살아봐도 자신만 불행합니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여든 다섯까지만 건강하게 살아도 천수를 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병 중에 치매는 왜 기억이 최근부터 지워지고 먼 유년으로 돌아가서 생을 마감할까요? 삶의 마디마디를 바르고 좋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원점회귀하는 기쁨과 고통을 느끼라고.

앙코르 작품 202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