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 산책 눈밭 산책 방우달(시인) 눈이 방금 내게 찾아왔다 낯선 길을 걸어보라고 길 없는 길에 길을 내라고 코로나19 따돌리고 밤 열 시 초등학교 운동장 두 시간 걸었다 일흔 세월의 추억들을 접고 싸락눈으로 내려와 함박눈으로 누울 때 눈 밑엔 쌀알처럼 많은 지난 발자국들 외등 불빛 따사로움에 잠들고 눈 오는 소리 발자국 소리 포개지는 고요에 길이 하나 보인다 길은 뒤에서 나를 따라 걷는다 미발표 신작 2021.02.04
운동장 추억 운동장 추억 방우달(시인) 이른 새벽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돈다 60년 전 운동회 날은 지옥이었다 8명이 달리면 칠팔등이다 아버지 엄마 동네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웠다 달리는 동작이 서툴고 속도도 느렸지만 늘 최선은 다했고 공부 잘 하는 아이는 운동 신경이 느리다고 자위하기도 했다 오늘은 경쟁도 기록도 필요 없고 눈치볼 것도 없고 부끄러울 것도 없다 지난 세월은 빨랐지만 오늘 나의 하루는 느리고 즐겁다. 미발표 신작 202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