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막골 산책로 5

대충 기도처

대충 기도처/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에는 나만의 기도처가 열 몇 곳 있다. 열두 해 자주 다닌 산책로다. 산책은 주로 아침 점심 저녁나절 걷는다. 그때마다 해를 중심으로 기도하니까 기도처가 다르다. 나는 특정 종교에 빠져 있지 않다. 종교도 편식하지 않는다. 불교 기독교 유교 민간 신앙 등 다양한 경전을 읽고 복합된 의식을 따른다. 그것이 내 마음에 맞고 자유롭다. 애막골 나의 비밀 기도처에서는 산책복 차림으로 해를 바라보면서 두 손 모으고 서서 다음의 말을 한 번씩 하고 세 번 절한다. 늘 5가지 마음을 갖고 살도록 간구한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했고 내일도 할 것이다. 정성은 최선이지만 형식은 대충이다. 어디에나 부처님 하느님 조상님은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에는 지난 여름 태풍이나 그저께 강풍과 비로 나무가 뽑히거나 쓰러지고 많은 가지들이 부러졌다. 마음속으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고 엎드려 절을 올렸다. 사람들은 말한다. 재수 없어 그렇다, 자기 탓이다, 평소에 대비하지 않아서 그렇다, 게을러서 그렇다, 자리를 잘못 잡았다, 자업자득이다, 경쟁력이 없다, 라고.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최선을 다해도 자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바르고 열심히 살아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홀로 행복하고 잘 살기는 쉽다. 그러나 이웃과 더불어 다같이 그렇기는 힘들다.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보듬어 주고 위로 격려 용기 희망을 나눠주며 숲속에서 함께 지켜주는 한..

신은 벗어두고 어디로 갔을까?

신은 벗어두고 어디로 갔을까?/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 여러 입구에는 신을 벗어놓고 떠난 이들이 많다. 맨발로 걷기 열풍이 전국적으로 세게 불기 때문이다. 형형색색 신들이다. 벗어놓은 신들을 볼 때 마다 나는 영혼과 육체의 분리를 떠올린다. 육체에서 영혼의 이탈이다.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분명히 극락이나 천국에 들었을 것이다. 신이나 육체 같은 물질을 벗어야 들 수 있는 곳이다. 애막골 숲속은 극락이고 천국이다. 옛날에 자정 가까이 되어 서울 어느 한강 다리를 홀로 북에서 남으로 걸은 적이 있다. 다리 한 가운데 구두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고 양발도 곱게 개어서 올려 놓았더라. 머리가 섬뜩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건너는 것은 쉬운 일이 아..

애막골 산책로 구름다리

애막골 산책로 구름다리/방우달(처세시인) 춘천 동부노인복지관 옆으로 진입하는 애막골 산책로를 조금 걸으면 구름다리라 불리는 짧고 조금 높은 다리를 만난다. 내가 처음 춘천으로 이사왔던 십여년 전에는 출렁거리는 다리였는데 그 후에 튼튼한 고정된 다리로 바뀌었다. 가끔 젊은이들이 크게 흔들리게 장난도 쳤다. 요즘 그 맛은 없지만 고마운 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산책로가 쭉 펼쳐진다. 육산이라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집에서 07:50에 나왔는데 산책로가 말끔히 쓸려져 있다. 조금 걷다 길을 쓸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몇 가지 여쭸다. 시간이 날 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봉사하신다고 한다. 60대 중반의 마른 노인으로 보인다. 산책로를 말끔히 쓰는데도 찬반이..

단순한 진리는 절대 뒤집히지 않는다

단순한 진리는 절대 뒤집히지 않는다 방우달(처세시인) 우리 집 근처 걷기에 참 좋은 애막골이라는 야산이 있습니다. 진입로가 여러 군데 있는데 진입로마다 춘천시에서 설치한 '애막골 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있습니다. 나는 굳이 '애막골 산책로'라고 읽습니다. 바로 아내는 핀잔을 놓습니다. "조금만 더 늙어 보소, 이 길도 힘들테니!"

미발표 신작 202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