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막골 산책길 5

애막골 요람에서 무덤까지

애막골 요람에서 무덤까지/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 입구엔 유치원이 하나 있다. 숲속에 있는 고품격의 육아시설이다. 여기 다니는 아이들은 축복 받았다. 금은동흙수저 중 상위의 수저다. 부모 찬스를 받은 아이들이다. 점심 시간 전후 산책을 할 때면 예쁜 옷차림을 한 아이들이 영롱한 소리를 지르며 즐겁게 놀이하는 것을 본다. 귀엽고 아름답다. 한참 서서 구경하다 걷는다. 내가 어릴 때 시골에는 육아시설도 없었다. 초등(국민)학교는 무상 교육이었지만 그것도 힘들게 다닐 때였다. 애막골 산책길에 들어서면 낮에는 대부분 중장년 노인들이다. 주로 홀로 걷거나 2~3명이 다닌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최고령자는 90세 노인들이었다. 대부분 산에 누워계시는 연세다. 요즘은 산에도 못 오고 납골당에 갇혀 있단다. 산..

주인 뒤를 따르는 작은 수도승

주인 뒤를 따르는 작은 수도승/방우달(처세시인)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 같은 이름은 참 예쁜 말이다. 새끼 자식이라는 말보다 아름답다. 원래 새끼 자식도 고귀하고 참한 말이었으나 사람이 더럽게 똥칠해 버렸다. '개'자를 앞에 붙이면서다. 애막골 산책 중에 작은 수도승 같은 강아지를 만났다. 주인은 수도승 같은 분위기의 여성이다. 이 강아지는 절대 주인을 앞서는 법이 없단다. 대부분 사람들이 남보다 앞서 달리려는 이 세상에서 항상 뒤에서 얌전히 주인을 따라 걷는단다. 그래서 주인은 빨리 걷지 않는단다. 둘은 늘 느리고 평화롭고 사랑하는 관계다. 사실 모든 자연은 서로 주종 관계가 아니다. 소유의 관계도 아닌 대등한 공생의 관계다. '주인 뒤를 따르는 작은 수도승'이란 말도 잘못 쓴 말이다. '섬기는 이를 따..

애막골 딱따구리 대참사

애막골 딱따구리 대참사 방우달(시인) 애막골 산책길 바로 옆 큰 참나무에 딱따구리 부부가 새 집을 지었습니다(2019년). 일주일에 4~5일 산책을 다니는 길이지만 언제 지었는지 몰랐습니다. 어느 날 사진 기사로 보이는 두 사람이 사진기를 설치해 놓고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궁금하면 못참는 성격이라 조심히 다가가서 여쭸습니다. "뭘 찍으십니까?" 참나무를 가리키면서 드나드는 딱따구리를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쳐다보니 주변이 말끔하고 예쁜 구멍이 하나 보였습니다. 생나무에 여린 부리로 저렇게 구멍을 뚫고 밑으로 50Cm 정도 내려가려면 여러 날이 걸렸을 텐데 어떻게 사람들 모르게 지었는지 신기했습니다. 조용한 곳도 많은데 왜 인적이 잦은 이 곳에 집을 지었을까? 궁금한 생각을 가지고 산책을 마치고 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