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과 약속하지 말라/방우달(방우달) 세월과 약속하지 말라. 그 자리에 계속 머물지 않는다. 다음에 와서 놀아야지, 그때 가서 마음껏 즐겨야지, 다음 그때는 이미 다른 다음 그때다. 강물처럼 흘러가서 그때 그물이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세월이다. 구름처럼 위치와 모양이 바뀐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란 말과 같다. 칼이 물에 빠진 곳을 뱃전에 표시해 둬도 소용없다. 다람쥐가 어느 구름을 기준으로 도토리를 땅에 묻어두는 것과도 같다. 한 번 뿐인 우리 삶도 미련하고 융통성 없이 살면 반드시 후회한다. 세월은 지금 여기마다 다른 것이다.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것이 그때 그삶이다. +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