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白紙)의 날 아, 기분 좋게 눈을 떴구나.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하고 행복한 날이다. 어제 읽고 걷고 사색하고 명상하고 쓰고 늦은 밤에 목욕을 하고 잤더니 거의 날마다 그렇게 하루를 살았더니 은퇴 생활이 그렇지 뭐하고 지냈더니 십 년을 거의 백지(白紙)로 일상을 엮었더니 오늘도 특별한 일 없어서 자유로운 날이다. - 방우달의 《어쩌면, 삶은 매운 짬뽕이다》 중에서 - 많은 어르신이 그날 할 일이 없으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죽는 것보다도 더 싫다고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평생을 일만 하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쉬는 법, 노는 법을 배울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저 먹고 자고 일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먼 얘기가 아닙니다. 약 50년 전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