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55세. 2

野塔 방우달 시인 2006. 8. 5. 09:57

 

 

55세. 2

 

 

 

방우달(시인)

 

 

 

비움과 버림은 다르다

목숨을 비우며 살고 싶다

신문 부음란을 펼치면

팔십 구십까지 산 사람이 있고

사십 오십 살다 간 사람도 있다

내 나이 마흔이었을 때

진단 결과 특별한 병도 없었지만

쉰 살까지만 살아도 좋겠다고

그때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빈 적이 있는데

벌써 55세

지금까지 해놓은 것도 별로 없고

인생을 마무리 한 것도 없고

죽음을 준비한 것도 없는데

아내도 젊고 애들도 미혼인데

너무 오래 살았다는 느낌이다

느림과 게으름은 다르다

남은 목숨을 느리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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