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제5시집.도서출판 리토피아 발행.2002년)
삶의 지혜와 향기, 그 따듯한 人間愛
- 방우달의 시세계
이 기애 시인
1. 처세시학
방우달 시인의 시집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를 읽으면서 한결같이 다감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인간관계를 더없이 중시하는 시인의 지순한 인성을 만날 수 있었다.
다원화된 시대,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되고 물질이 판을 치는 물신주의와 세기말적 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그 정신적 위기감을 때로는 냉철한 직관력으로, 때로는 따듯한 가슴으로 끌어안으며 자신을 향한 성찰의 시간으로 갈고 닦아 가닥가닥 올곧게 뽑아내는 시어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이 지향해야할 근본 정신을 통하여 시의 본령인 서정성을 구축하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지혜와 그 지혜의 아름다움이 내제된 시정신을 가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의 순수 서정성이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과 각박한 인간의 삶 그 부분, 부분을 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모두가 조급해지고 이기적이며 기계적이고 가치관이 허물어진 이 혼탁한 시대를 다소나마 정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를 바라면서 '시 삼백수에는 한 마디로 말해서 사악함이 없다'는 공자의 말과 '진실로 詩라고 할만한 것은 서정시를 제쳐놓고는 없다'는 포우의 말을 시인의 육성을 통하여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나의 시는 대개 체험 그대로다 / 억지로는 시를 쓰지 않는다
... 지렁이처럼 온몸으로 기어가므로 / 짜 맞추거나 치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 ... 앞에 길이 있는지 없는지 / 지나간 길에 흔
적이 남는지 어떤지 / 어느 것도 중요시하지 않는다 / ...
그냥 걸을 뿐이다
- 시인의 말 중에서
방우달의 삶은 곧 시가 된다. 이처럼 시와 삶을 한 선상에 두고 꾸밈없는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 바로 방우달의 세계관이며 시인으로서 덕목이 아닐까! 머리로 살지 못하고 가슴으로 사는 자신의 우직한 삶과 그 삶을 반추하는 거짓 없는 시, '그냥 걸을 뿐이다' 라는 시인의 말에서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으로서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삶과 시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술과 담배가 / 내 기억의 바가지 속을 다 파먹어
내 이름마저 잃어 버려도 / 기억이 되는 / 말 /
... 모든 것들이 낡고 늙어도 / 늘 싱싱한 / 말 /
말! 말! 말! 말! 말! .......
- 엄마 중에서
책갈피 사이에 끼운 / 예쁜 단풍잎처럼 / 가슴 한 켠에 /
사직서 한 잎 넣고 산다
- 인생 사직서
말로써 글로써 / 남을 가르치려 들면 안되는데 / 몸소
실천함으로써 / 남들이 알게 모르게 배우게 해야 되는
데 / 이 말도 벌써 가르침이니...
- 남을 가르치려 드네
... 왜 내가 이 땅에 왔는가를 캐려다가 / 왜 내가 이 땅
에서 / 사라지지 못하는가를 심어놓고 내려오는데 / 산
바람 등에 업고 / 더덕의 향기가 내 바짓가랑이 붙드네
- 더덕 캐기 전문
방우달은 이 시집 첫 시편 을 우리들의 영원한 고향인 모성, '모든 것이 낡고 늙어도 늘 싱싱한 말, 엄마'를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예쁜 단풍잎처럼 가슴 한 켠에 사직서 한 잎 넣고 산다'고 함으로써 삶과 시를 한 선상으로 보고 죽음까지 수평의 연결선으로 인
식하고 있는 시인의 폭넓은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낙엽처럼 살다가 낙엽처럼 가야할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스스로 터득한 처세시학을 이미 실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남을 가르치려 드네'에서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덕 캐기'에서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요즘처럼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하고 파당 만들기를 좋아하며 그것을 무기 삼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과는 반대쪽에 홀로 서서 왜곡된 모습들을 꿰뚫어 진실을 캐고 있는 시인의 그 번쩍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방우달의 시 '분당가는 마음'을 살펴보면 '삶의 거미줄에 칭칭 감긴' 하루가 퇴근길엔 '구룡터널을 지나 내곡터널을 빠져나가../ 언덕 너머 천국.../ 몇 개 언덕을 돌아온 햇살'이 되는 소박한 가장의 귀갓길 평화로운 모습과 '분당가는 마음은 언제나 비포장이다' 라는 삶의 덜컹거림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불행과 행복'에서는 '그런데 말예요 / ...그 마음먹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좋은 마음먹기가 지옥 같아요'라고 진술하여 같은 맥락으로 읽히는 '그대 앞에서 절망합니다' 처럼 '... 꺾는다고 나무라시고 /... 꺾지 않는다고 나무라시니 /...꽃님 전 어쩌란 말입니까!' 라는 다소 해학적인 기법으로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고 있어 시인의 슬기로움이 돋보인다.
... 아우와 같이 찧던, 또는 /... 엄마와 같이 밟던
디딜방아 거꾸로 세워놓은 나무가 있더라 /...
꼭 붙어 있더라, 아니 꼬옥 붙들고 있더라 /...
이 봄날 /... 삼불봉, 관음봉, 흐린 눈빛으로 부처님을 찾았으나
스무 몇 해 전에 잃어버린 / 어린 아우만 보이더라
- 아우를 생각하며 중에서
외할머니 부음 받고 /...머리 풀어
곡하던 / 입 /... 노자돈 없어, 없어 /... 잘근잘근
씹던 / 입
- 입 중에서
... 소주 한 잔... / ... 인생을 달구며 사는/...
벼슬 붉은 장엄한 장닭 /... 피묻은 부리에 앉은 석양을 본다
-꼬치안주 중에서
이처럼 사노라고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이 오히려 시인의 인생관에 근저 하여 진솔한 깨달음과 함께 시세계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하였으며 그 질곡 속에 각인된 생생한 기억과 감성들을 詩로 승화시키며 한결같은 보폭으로 걸어가는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방우달은 생의 편린들을 주제로 상실과 고통의 아픔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현실을 순응하고 삶을 견디는 무게와 그 무게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과 스스로의 지혜로 대처하는 처세시학을 보여주고 있어 시인의 詩가 좋게 읽힌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 시집의 제목이 되고있는 시 한편 소개한다
그녀는 아침마다 다림질한다 / 와이셔츠 목도리 바지
부위별로 뜨겁게 다림질한다 / 그녀는 이제 구겨진
내 마음까지 다림질한다 / 오늘 잘 구겨지라고 / 구겨
져야 우리 식솔들 굶지 않는다고 / 가늘게 물을 뿜는
그녀의 사랑에 / ... 웃으며 구겨지기 위해 / 찍 소리
없이 다림질된다
-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2. 인성의 미학
방우달은 되도록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스스로를 검토하고 살피는 엄격성과 작은 '풀꽃하나, 눈으로 손으로 마음으로 보는 섬세함으로 자연과 사물을 대상화시키고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면 따듯한 인간미와 매사 성실하게 대처하는 솔직성이 오히려 모든 것을 수용하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며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에서 표현하고 있듯
'떠나고 난 후에 보면 / 떠난 새가 제대로 보인다...
떠나가도... /늘 앉아 있는 듯 / .. 포근한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구절들이 이미 경지에 이른 인성의 깊이와 노련한 무게를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인간성 말살로 인한 파괴적 사고에 대처하는 한 방안으로서 좋은 바탕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인의 마음을 바탕으로 의인화된 '동백꽃'을 살펴보면 '목이 뚝 떨어지는 꽃잎'에서 '꽃의 살의를 느낀' 시인이 꽃잎의 상처와 친화하는 감각적 표현이 확대되어 '.. 내 모가지 하나 / 더 보태어 떨어지고 싶은 동백꽃... / 살의의 열기로 한겨울에 꽃을 피운' 동백꽃을 통하여 형성된 인격의 경지를 보게된다.
그리고' 치매들기' 에서는 시인 특유의 냉철한 직관력이 포착해내는 단편적인 모습들이 꼭 몰래 카메라 렌즈에 잡힌 장면들처럼 곳곳으로 이동하며 번뜩이는 시인의 눈빛이 보이는 듯 하다.
옛날에 할머니들이 손주를 안고 / 귀여워서 내 새끼
내 강아지라고 했다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
으로 / 스스로 치매에 들었다 / 요즈음은 애완견을 기
르며 / 아이들도 어른들도 / 내 새끼 내 자식이라고
한다 / ..... 자신도 모르게 일찍 치매에 들어간다 /
진짜 짐승과 사람을 못알아 보고 / 아니면 / 짐승과
사람을 알아보기 힘든 세상이라서 / 이렇게 / 기른
다와 키운다가 헷갈릴까?
아마 이와 같이 가치관이 무너진 난처한 모습의 인간들을 누구나 한번쯤 목격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방우달 시인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끝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내면의 목소리를 통하여 이 시대의 모순과 갈등구조를 진술하고 있다.
한편 詩 '꽃무릇' 에 가서는 자연과 함께 나누는 친화의 이미지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詩어의 이중구조를 도입하므로써 詩적 묘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해보면 알지?/... 이 각박한 시대에 / 사람냄새 물씬 나는 상사병
걸린 것들이 / 와 이렇게 많노! / ..천릿길 달려 용천사 꽃무릇들
과 /..눈맞춤 입맞춤하고 /... 서울 가서 내 상사화 하나 피우련다
방우달은 이처럼 사람 보다 더 사람냄새가 나는 용천사 꽃무릇들과의 교감을 상사병에 비유하고 있으며 척박한 삶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이동하며 시인이 추구하는 세계를 어느 산그늘 편안한 쉼터처럼 가벼운 터치로 詩化하고 있다
... 제 생각대로 사는 날이 / 일주일에 하루면 저는 족합니다 / 해 질녘이면 내려가고 싶은 / 제 생각대로 살 수 없는 세상이 그리워 지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일상의 잔잔한 흐름을 따라 순응하듯 살아가지만 안으로는 자신만의 리듬을 단련하고 있는 시인의 강한 의지가 별다른 수식 없이 쓰여져 있어 가뿐한 발걸음처럼 경쾌한 느낌을 가지게되며, 사람이 어떻게 처신하며 어떻게 살아야 사람다운가에 대한 좋은 대답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리듬으로 詩化하고있는 작품으로 '모래알은 스승도 제자도 없다'가 있다.
이 詩는 절대고독을 통한 순수 詩혼이 흡사 체 마르지 않는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하여 묵향처럼 번지는 시인의 사유와 장인정신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詩가 무엇을 주장하는게 아니고 그 무엇을 느끼게 하는데 있다면 이 詩는 분명 제 몫을 감당하고 있다할 것이다
...몹시 슬프고 외롭다, 그러나 자유롭다 / 떼거리 속에 있으나
절대 떼거리가 아니다 / 그냥 모래알은 모래알이다
모든 사물이나 현존하는 자아까지 수용을 통한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는 자세, 시인의 기질자체에서 비롯되어 재창조되는 시편에서 더없이 자유로운 정신의 힘을 느낀다.
앞서 이규보는 '詩는 意가 주가 되므로 의를 잡는 것이 가장 어렵고 말을 맞추는 것은 그 다음' 이라고 했다 이렇듯 방우달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므로써 詩의 길인 意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완고함을 보이고 있다.
제자리에 있는 것은 무늬다 / ...남의 자리를 빼앗아 앉으면 얼룩
이다/자연에는 얼룩이 없다/... 모두 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낙 엽 같은 사람은 / 어느 자리에 앉아도 무늬가 된다 / 무늬가 되 는 삶...
- 나는 얼룩인가 무늬인가. 중에서
그래서 시인은 이처럼 진실을 관찰하는 성찰의 눈으로 사람과 사물을 한 껍질씩 벗겨내며 詩와 人을 함께 가꾸는 아름다운 인성을 노래하여 인간성회복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시市에서 나와 시詩에 닿기 전에 아침이 오고 / ... 나는 시인 이 되지 못한다 / 일주일에 한번 /시인의 마을에 머문다 /...느 티나무 큰 그늘만 조금 밟고 /... 나는 또 시市에 간다 /... 나 는 시詩에 근무하고 싶다.
- 밥값을 위하여
시인을 꿈꾸는 사람이라고 한다. 방우달은 삶의 터전인 市에서 꿈의 터전인 詩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 詩에서 부지런한 시인의 삶과 市와 詩로 공간이동을 하며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시인의 정서가 열정으로 승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3. 자아성찰을 통한 서정의 세계
방우달은 인간의 존제의식을 흐르는 물과 대비하고 있으며 그 귀착 지점을 바다에 두고 있다.
바다를 환상과 꿈의 산물로 보지 않고 세상 모든 번뇌가 다 모여있는 곳, 다시 말하자면 현실의 벽처럼 자신이 극복해야할 마지막 대상으로 마음속에 설정해 놓고 면벽을 하듯 자신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 앞에서 / 면해面海를 한다 /벽을 앞에 두고 /
면벽面璧을 하듯이 / 눈을 / 고요히 감으면 / 면벽에서
만난 푸른 바다가 일어선다
- 바다를 바라봄
방우달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되는 수직형 세상에서 모두가 조급하고 여유가 없는 삭막함을 '면벽할 때의 벽처럼 물렁물렁하여 / 넓어지다가 좁아지다가 / 일어서다가 눕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초극의 공간, 즉 자아성찰을 통한 순수 서정의 공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시인의 사유가 바탕이 되어 긍정적이며 폭넓은 심성이 내제된 작품으로 '삶의 바탕색은 사람마다 다르다'를 살펴보면 '...어느 것이 긍정적이고 부정적이고 옳고 그른지 /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 행복하고 불행한지' 라는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탐구성이 투영되어 있으며 근원적이며 본질적인 인간의 서정성 회복만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시인의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이는 詩 '불영사'에서 처럼 '나는, 지금 행복한가? / 어느 여승을 만난 순간의 그 번갯불' 이라는 구절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으며 또한 ' 시詩의 꽃을 한 송이씩 피워놓고 싶다 /... 눈물 한 방울이라도 뿌리고 싶다../ 한 점 바람의 그림자라도 잠깐 앉히고 싶다'는 구절들이 시인이 절실하게 추구하며 정진하고 있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별똥별'을 ' ...고요한 산사 해우소에서 /떨어질 때 듣던 / 시원한 / 소 / 리 / 한 / 덩어리' 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스스로의 보폭으로 세속적이고 현상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고향처럼 찾아가는 자연 속에서의 여유, 즉 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자유로운 정신의 공간으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살아있는 것들보다 / 고사목이 / 더 정열적으로 살고 있는
지리산 천왕봉 아래 / 제석봉에 오르면 / 죽음 너머 / 품위
있고 / 고상한 / 나무의 집을 만난다.
- 나무의 집
나는 소리를 내어(그것이 시詩였으면)
몸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을!
- 균형
예쁜 이름끼리 / 나란히 사시사철 밤낮 어깨동무하고 /
... 벌떡 일어나 엎어질듯한 동해를 다스리는 / 큰 가슴...
- 두타청옥산
잎에 쓴 나의 시는 / 결코 하늘로 올라가는 법이 없지만...
낙엽에다 시 쓰는 일 / 오늘도 나는 계속한다
- 엽시葉詩
아내를 버린 딸을 버린 / 성철스님 못된 X 하다가 /아내를
데리고 딸을 데리고 / 고행의 길 함께 떠난 / 성철스님
참한 분으로 바꾸어 달고 /혹한에 뜨거운 눈물 흘리네
- 고드름
여기 인용한 부분들에서도 자아성찰을 통한 긍정과 화합의 이미지들이 자연화되어 끊임없는 정진을 향해 보폭을 움직이는 성찰의 흔적이이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정진의 길에서 시인은 '고사목이 더 정열적으로 살고 있는 나무의 집'을 만나고 소리내어 시를 읽으므로써 '몸의 균형을 잡는' 상태를 확인하며 '결코 하늘로 올라가는 법이 없는 낙엽에다 시 쓰는 일'을 끊임없이 지속할 수 있으며 흡사 고행의 길을 선택하듯 스스로 '고드름'이 되어 생의 한 순간 '혹한에 뜨거운 눈물 흘리는' 상태의 큰 깨달음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 가시나무새가 가시고기를 입에 물고 앉았습니다 /...세상은 온통
피투성이입니다 / 이 화창한 봄 잔치에 / 나 가시되어 그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 나무꼭두들이 상여에 앉아 꽃들과 웃고 있었습니 다 / 어머니와 손잡고 웃는 나 /...꿈이 아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 가시들의 잔치
푸른 하늘에다 "세월"이라 쓰면 / 그 하늘을 배경으로 "새" 두 마 리가 날아간다 / 보기 좋고 다정스럽게 난다 / ... 아, 새들은 무 덤이 없다 / 세월은 / 하늘을 배경으로 새 한 마리만 띄운다 / 인 생도 / 마지막까지 홀로 날아가는 것이다
- 하늘에다 세월이라 쓰면
詩를 분석할 때 이해의 범위가 어디까지이며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해의 차원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면 시인에 의해 제시된 작품, 詩는 수용자에게 있어서 절대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詩는 가슴으로 읽어야 한다는 서정성을 전제로 '가시들의 잔치'를 살펴보면 '온통 피투성이' 세상과 '화창한 봄 잔치'와 '상여에 앉아 꽃들과 웃고' 있는 나무꼭두들과 '어머니와 손잡고 웃는' 나를 설정해 두고 마무리를 '꿈이 아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웃음의 또다른 표현은 행복이다. 그렇다면 '꿈이 아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란 언표로 보아 이 시가 신의 선물처럼 어느날의 선몽으로 쓰여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시인이 세상을 상처내는 뾰죽한 가시 같은 성분과의 화해를 꿈꾸며 진실한 의미의 화해성만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음을 이 시를 통해서 나타내려함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하늘에다 세월이라 쓰면'은 깨달음의 한 방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새들은 무덤이 없다' 고 했으며 '세월은 / 하늘을 배경으로 새 한 마리만 띄운다' 라고 했다.
이는 인간의 집착과 욕망을 허공을 선회하며 삶을 마감하는 새의 삶과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글을 읽고도 자기욕심만 채우려드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 사람의 영혼과 삶은 도저히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다.
파도소리 물든 갈매기들 / 하늘에서 파도를 친다, 파도소리 / 하 늘에서 난다 / 그 파도 / 바다에서 끼륵끼륵 운다 /일몰에 물든 아름다운 사람들 / 승려인지 사람인지 /헷갈린다 / 보문사 부처들 걸어나오고 / 사람들은 부처의 자리에 앉아 / 웃고 있다
- 석모도
방우달 시인의 시적 원류는 사람이 어떻게 처신하며 살아야 사람다운가, 라고 스스로에게 엄중히 묻고 대답하는 탐구정신과 깊은 정신의 세계를 향해 지속적으로 정진해 가는 그 장인정신에 있다.
이처럼 삶과 시를 한결같은 보폭으로 유지하며 찾아가는 곳, 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데가 어디인가! 그가 꿈꾸는 세계, 부처와 사람이 자리를 바꾸는 '보문사 부처들'의 자리에 앉아 '웃고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마음이 있는 곳이다.
따듯한 인간애와 시대적인 모든 속성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자유정신,가슴이 환해지고 마음이 맑아오는 것이 이 시집을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방우달 시인의 정진을 빈다.
방우달의 "삶의 지혜와 향기로 지은 시.단상.수필의 집"
일곱번째 <작은 숲 큰 행복>(2005.1.도서출판 여름.7,000원)
여덟번째 <그늘에서도 그을린다>(2005.4.도서출판 여름.7,000원)
아홉번째 <아름다운 바보>(2005.4 도서출판 여름.7,000원)에 이어
열 번째 <누워서 인생을 보다>(2005.4 도서출판 여름.7,000원)를
발간했습니다.
교보문고,서울문고와
인터넷 교보문고,반디북에는 비치되어 있으며
가까운 서점에서 주문하시면 구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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