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2

악처가 천사다 - 야탑의 아침편지

野塔 방우달 시인 2024. 12. 21. 05:22

악처가 천사다 - 야탑의 아침편지

악처 중에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아내는 소크라테스 부인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단 한 번도
아내를 보고 악처라고 말하지 않았으리라.
자신을 세계적인 철학자로 이끈
천사라고 칭송했을 것이다.
악처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철학자가 아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산과 들과 강과 섬을 찾아 나선 시인도
아내가 악처라서 떠돌이가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불러주고 기다려주니까
찾아가서 그들의 말들을 받아적은 것이 시다.
그 시인도 아내를 악처라고 쓴 시는 없다.
이름 날리게 이끈 천사라고 노래했다.

아, 나는 지금 그런 천사 못 만난 것이 다행이다.
유명한 철학자 시인이 아니어도 좋았다.

- 방우달의 《심심풀이 땅콩처럼 살리라 2》 중에서 -

나는 이름 난 시인이 아닙니다.
아내도 악처가 아닙니다. 아내가 악처였다면
나도 유명한 시인이 되었을까요? 책이 잘 팔려서
돈을 많이 벌고 잘 먹고 잘 살았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절망하고 타락한 시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지나치게
독한 품성으로 살 시인이 아닙니다. 아내는 천사입니다.
유명하지 않아도 지금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알려지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냥 그냥 지금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