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노점상 할머니의 비운(悲運)/방우달(처세시인)
오랜만에
95세 노점상 할머니를 뵈었다.
그 분은 토요일 일요일 새벽엔
애막골 새벽시장에서 전을 펴고
평일에는 후평동
골목길에서 온종일 장사하신다.
계절별로 5~7가지
채소 과일 잡곡식을 펼쳐놓으신다.
귀도 눈도 밝고 발음도 정확하다.
허리도 꼿꼿하고 다리 관절도 괜찮다.
내장도 튼튼하시단다.
평소엔 아들 딸 손주 자랑하시며 웃어시더니
오늘은 갈수록 건강해져서 걱정이라신다.
이것도 슬픈 운명인가?
지날 때마다 한두 가지를 사는데
오늘은 조금 남은 햇밤을 떨이했다.
몇 년째 가을이면 여러 번에 걸쳐
7~8만원어치 사는데 맛있는 옥돌밤이란다.
공주밤도 많이 먹어봤지만 옥광밤 정말 맛있다.
만날 때마다 잠시 서로 말동무가 된다.
오늘은 오랜만에 들렀는데도
나를 알아보신다.
왜 안보였느냐고 안부부터 물으신다.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는데
눈 감은 사진이라 송구하다.
할머니의 무병 장수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