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인생 6계(季)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6. 14. 14:10

인생 6계(季) 

 

<그 이전에>

 

우리가 아무렇게나 어쩌다가

이 세상에 잠시 내리지는 않았으리.

필시 까닭이 있었으리.

이미 인연이 있었고 말씀이 계셨고

사고(思考)의 씨앗은 살아 있었으리.

그것은 운명이라기 보다

자연의 섭리가 품은 사명이었으리.

 

<봄>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로 아지랑이 하늘을 날고

설렘의 가슴에는 꽃들이 피어 오르며

온누리는 상큼한 연두의 싹들이 움텄으리.

해맑은 미소 담은 환한 얼굴에 꿈과 희망이 가득하였으리. 

 

<여름>

 

쨍쨍 내리쬐는 태양의 열정으로

꿈과 희망은 성장하고 발전했으리.

겁냄없이 욕망을 불태우며 

앞으로 앞으로 뒤돌아 보지 않고 몰아붙였으리.

 

<가을>

 

기쁨과 고난과 갈등의 강을 건너면서 성숙하고

일생의 꿈과 희망을 나름대로 풍성하게 익혔으리.

잘 익은 열매들을 골고루 나눠주고 돌아서며

가슴의 설렘은 숨 죽이며 서서히 멈췄으리.

나의 즐겁고 행복한 사명은 여기까지.

 

<겨울>

 

꿈과 희망을 거둬들이니

들녘은 싸늘하고 텅 비었으리.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허무 무상의 늪에서

넋놓고 잠시 머물렀으리.

미리 겨울을 예감하고 달려왔지만 크게 허전했으리.

그렇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리. 

 

<그 이후에>

 

어디로 가나 생각하지 않아도 좋으리.

끝이어도 상관 없고 천국(극락) 지옥이 있어도 좋으리.

두려움 없이 합당한 처분을 달게 받으리.

자연에서 자연으로 자연의 섭리를 따라

과분한 대접 받고 잘 살았노라

손짓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건너가리.

 

- 방우달의 《야탑(野塔)의 노래 2》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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