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6계(季)
<그 이전에>
우리가 아무렇게나 어쩌다가
이 세상에 잠시 내리지는 않았으리.
필시 까닭이 있었으리.
이미 인연이 있었고 말씀이 계셨고
사고(思考)의 씨앗은 살아 있었으리.
그것은 운명이라기 보다
자연의 섭리가 품은 사명이었으리.
<봄>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로 아지랑이 하늘을 날고
설렘의 가슴에는 꽃들이 피어 오르며
온누리는 상큼한 연두의 싹들이 움텄으리.
해맑은 미소 담은 환한 얼굴에 꿈과 희망이 가득하였으리.
<여름>
쨍쨍 내리쬐는 태양의 열정으로
꿈과 희망은 성장하고 발전했으리.
겁냄없이 욕망을 불태우며
앞으로 앞으로 뒤돌아 보지 않고 몰아붙였으리.
<가을>
기쁨과 고난과 갈등의 강을 건너면서 성숙하고
일생의 꿈과 희망을 나름대로 풍성하게 익혔으리.
잘 익은 열매들을 골고루 나눠주고 돌아서며
가슴의 설렘은 숨 죽이며 서서히 멈췄으리.
나의 즐겁고 행복한 사명은 여기까지.
<겨울>
꿈과 희망을 거둬들이니
들녘은 싸늘하고 텅 비었으리.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허무 무상의 늪에서
넋놓고 잠시 머물렀으리.
미리 겨울을 예감하고 달려왔지만 크게 허전했으리.
그렇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리.
<그 이후에>
어디로 가나 생각하지 않아도 좋으리.
끝이어도 상관 없고 천국(극락) 지옥이 있어도 좋으리.
두려움 없이 합당한 처분을 달게 받으리.
자연에서 자연으로 자연의 섭리를 따라
과분한 대접 받고 잘 살았노라
손짓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건너가리.
- 방우달의 《야탑(野塔)의 노래 2》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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