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野塔의 노래
내 앞 가로 막는 운명은 없으리
아름답고 고즈넉한 사찰에
품위있게 자리한 오래된 탑도 좋지만
낮이나 밤이나
맑으나 흐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바람이 불거나 잠잠하거나
사계절 내내 들판에 서서
변화무상한 하늘 우러르며
묵묵히 세월 견뎌내는
나는 한 개 야탑野塔으로 살리라
야! 탑塔처럼
들판의 탑塔처럼
얽매임 없이 꾸밈도 없이
아픔도 슬픔도 성냄도 녹이며
금수저 흙수저 운명 벗어 던지고
나는 말 없는 야탑野塔으로 살리라
- 방우달의 《야탑(野塔)의 노래 1》 중에서 -
누구라도 탑이라면
불국사 다보탑이나 석가탑으로
살고 싶겠지요. 탑이라고 욕망이 없을까요?
그렇게 살지 못하니 야탑으로 산다고 자조 섞인
푸념을 하겠지요. 어차피 살기는 살아야 하는데 좀
멋진 존재 이유는 찾아서 살아야지요. 왜 야탑이
노래를 부르겠습니까? 노래라도 불러야
우울을 쫓아내지요. 사는 핑계를
아름다운 목청으로 부른답니다.
* 야탑野塔 : 방우달 시인의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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