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산 **/방우달(처세시인)
ㅡ 방우달의 <<고쳐 쓴 어느새>> 중에서
두 손을 들고
어제는 산마루에 섰습니다.
죄 지은 것도 없이
매서운 벌을 서는 가지런한 나무들 속에서
나의 죄를 읽어내었습니다.
얼어서 살결이 터진
벌거벗은 나뭇가지 죄다 꺾어
손바닥과 다리를 때려도
회초리가 모자랄 듯한
많고 많은 죄들이 줄줄이 읽혔습니다.
먹고살아야 된다는 핑계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있는지
빈 가지들이 일일이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또 먹고살아야겠기에
어둠이 오기 전에 서둘러 하산했습니다.
죄 없는 저 불쌍한 것들을
추운 밤에 남겨두고 왔으니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던 마음에
또 죄 하나를 더 보태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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