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일광욕을 즐기는 노인
방우달(처세시인)
단풍든 바람 싣고 살랑이는 햇살만 좋으랴.
산수유 매화 개나리 어울려
봄을 한껏 피우는 정오 무렵
아파트 둘레길 한적한 양지에 앉아서
한 노인이 봄날을 즐긴다. 셀카는 싫고
그 모습을 한 컷 작품으로 남기고 싶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했으나
연이은 실패, 한참 기다렸다가 애완견 데리고
산책 나온 한 젊은 새댁에게 부탁, 오케이!
외롭게 사색하는 노인의 모습에
봄날을 가득 담아 달라 주문했더니
외로움 너머 피어난 고목의 매화처럼
꽃 피는 봄날에 가을이 와서 즐기는 명작이다.
나는 완전 노인이 되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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