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눈밭 산책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2. 4. 03:50

눈밭 산책

 

방우달(시인)

 

눈이 방금 내게 찾아왔다

낯선 길을 걸어보라고

길 없는 길에 길을 내라고

 

코로나19 따돌리고 밤 열 시

초등학교 운동장 두 시간 걸었다

일흔 세월의 추억들을 접고

 

싸락눈으로 내려와 함박눈으로 누울 때

눈 밑엔 쌀알처럼 많은 지난 발자국들

외등 불빛 따사로움에 잠들고

 

눈 오는 소리 발자국 소리

포개지는 고요에 길이 하나 보인다

길은 뒤에서 나를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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