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시간에 대한 이기주의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1. 12. 21:51

 


                                      * 방우달 시집 '지갑을 던지는 나무' 표지

 

 

시간에 대한 이기주의 ___ 방우달(처세시인)

방우달 시집 <지갑을 던지는 나무> 중에서

 

 

나는 이기주의자가 되고 싶다.

시간에 대하여.

 

남들과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하여

곰곰이 깊이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 도움이 된 시간이었던가,

어느 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시간에 대하여

내면의 내 쪽 삶을 위한

철저히 고독한 생生을 위한

그런 시간을 즐기고 싶다.

 

시간의 소중함을

말로써가 아니라

글로써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기까지

피와 같이

절실하게 흐름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는가!

나는 또한 남들의 시간을

얼마나 거머리처럼 빨았던가.

아깝고 죄스러울 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의 올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실낱 같은 시간의 골을

깊이 파고 흘러

최대한 연면적을 넓히고

시간의 길이를 능력껏 늘리고 싶다.

 

시간의 실타래를 푸는 것은

언제나 고독한 마음이다.

그 마음을 이끌고

산책과 여행을 하고

산행을 하고 책을 읽고

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쓰리라.

 

고독은 모든 생生의 열쇠이다.

꼬인 것들이나 잠겨진 것들을

풀어가며, 자유롭게 드나들며.

 

고독은 모든 것들을 보고 느끼며

고독은 모든 것들을 버릴 줄 안다.

 

시간 위를 달리는 가련한 삶이여!

그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

따뜻하게 포옹하며 속삭이고 싶다.

시간에 대하여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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