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喜喜樂樂

부용(芙蓉)

野塔 방우달 시인 2020. 12. 6. 03:28

부용(芙蓉)

 

방우달(처세시인)

 

어제 해질 무렵 모 고등학교 교정을 산책하다가

지난 여름 주황색 꽃을 피워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부용(芙蓉)을 만났다.

지금은 줄기까지 바싹 말랐고

꽃잎은 졌지만 씨앗은 달려 있었다.

부용은 꽃이 무척 크면서도 아름다워서

양귀비와 함께 아름다운 여인을 비유할 때

흔히 인용되는 꽃이다.

부용화(芙蓉花) 꽃말은 매혹, 섬세한 아름다움이다.

 

소명을 다하고 일생을 마감하는 부용(芙蓉)은

거룩하게는 느껴져도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볼품이 없다.

마치 노후를 맞이하여 춘천에서

은둔하며 생을 마무리하는 나를 보는 것 같아

한참 발걸음을 멈추고 곁에 앉아 연민을 함께 했다.

 

남들은 뭐라고 하든 부용(芙蓉)은 스스로

"내 일생은 아름답고 고귀하고 거룩하다!" 라고

생각하면서 이 생을 마무리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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