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애벌레

野塔 방우달 시인 2018. 9. 14. 05:37

애벌레


방우달(시인)


솔잎이 쌓인 한적한 애막골 산책길

녹색 애벌레 한 마리

갈 길이 앞으로 만 리 인데

꼼지락꼼지락 기어간다

나는 걷던 길

멈추고 앉아서 한참 뒤돌아본다

너도 가는데 낸들 못가랴

오래 전에 멈추고 싶었던 길

다시 힘내어 걷는다

엉뚱한 생각을 접고 걸으니 즐거운 길이다

나의 길과 너의 길이 별로 다르지 않느니

너는 나에게 등대가 되는구나

마지막 힘든 초가을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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