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소양 2교에서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6. 23. 09:34


소양 2교에서


방우달(시인)


누가 쉽게 제 이름 버릴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흐름을 위해

얼굴빛 바꾸기는 하루에도 몇 번 하지만


강은 합수 때마다 이름 바꾸기에 익숙하다

두 이름 달고 흐를 수 없는 까닭은

바다 이르는 길 멀고 깊고 넓기 때문에


소양강은 의암호에 이르자

대세에 밀리는 느낌

미리 알아서 얼굴빛 감추고 속으로 흐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북한강 만나 손잡고

겉으로는 태연하다


의암호는 눈 감아 주고

두 강은 북한강 이름으로 살자고

물밑 협약 맺은 것일까


바꾸어 흐르지 못한 나그네

한강 상류 소양강으로 거슬러 왔다

옹졸한 흐름인가, 소양 2교에서 황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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