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집을 한 권 사러 서점에 갔다가 사려는 시집은 구하지 못했으나 뜻밖에
시인 방우달(1952- ) 선생님의 시집 <절>을 만나게 되었는데 수록 시 가운데 선禪 수행자인 저에게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시 ‘내가 시를 쓰는 까닭은’을 함께 음미해 보고자 소개를 드립니다.
군더더기: 사실 시인들이 인생 체험을 꾸임 없이 토해내는 시어詩語는
禪 수행자들이 치열한 수행修行을 통해 온몸으로 드러내는 언행일치言行一致[洞布不二]의 삶과 같기에
‘시작시수행詩作是修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2017년 1월 3일 거사居士 법경法境 합장
* 추신: 이 시 구절들 가운데 ‘내가 시를 쓰는 까닭은’을 ‘내가 수행 하는 까닭은’으로 바꾸어
낭송을 해보아도 좋겠지요.
내가 시를 쓰는 까닭은
방우달 시인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우를 잘 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가 시를 쓰는 까닭은
남들과 싸우지 않기 위해서다
남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남들을 용서하기 위해서다
내가 시를 쓰는 까닭은
나 자신과 싸우기 위해서다
처절하게 싸워 이기기 위해서다
나 자신을 용서하지 않기 위해서다
- 시집 <절>(도서출판 여름, 2009년) 144쪽
2017.01.05 15:03:12 (*.239.202.199)
참 좋은 시입니다!!
그런데 제가 시를 쓰는 까닭은 딱히 시를 써야하는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저는 저이고자 함입니다.
제가 저임을 표현할 수 있는 순간들이 찾아올 때 뚜렷한 목적없이 그냥 저이고 싶을 때
제 안에서 샘 솟는 내면의 속삭임을 잘 듣는 시간을
나만 혼자 독차지하기 위한 글쓰는 동작이 저절로 시를 낳게 합니다.
새해에는 내가 보다 더욱 나다운 나일 수 있도록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살도록 조심해야지라고 혼자 다짐해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삶에 의미를 주는 시를 많이 쓰시고 감상하시고
소리내 읽으시는 여러분만의 소중한 시간을 풍족하게 누리면서
얼굴도 마음도 환한 순간들로 빛나는 새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 도영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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