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나는 장애를 꿈꾼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16. 11. 11. 01:32

나는 장애를 꿈꾼다


두 다리의 길이가 똑같아서
걷기가 불편하다네

세상은 둥글기 때문에
한 쪽 다리가 조금은 짧아서

기우뚱 걸어야
고꾸라지지 않고 편안하다네

진실로
나는 장애를 꿈꾼다네

그러나 불쌍하게도
내 두 다리 길이는 늘 똑 같다네


- 방우달의 《그늘에서도 그을린다》 중에서 -

토끼는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짧아서
산을 오를 때는 잘 오르고 내려올 때는 서툽니다.
이 세상 살이는 지구처럼 둥글어서
둥글둥글하게 살아야 좀 쉽게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꼿꼿하게 바르게 살면 친구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겠습니까?
'장애를 꿈꾼다'는 역설적인 세상 살이에 저절로
슬퍼집니다. 마음이 불편하다면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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