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자석놀이

野塔 방우달 시인 2015. 2. 13. 08:00

자석놀이

 

방우달(시인)

 

세 살 짜리 외손자가

벽에 붙여놓은 자석칠판 앞에 앉아

한글 영어 숫자 동물 과일들을

순서에 맞게 제 위치에 찾아 붙이는

자석놀이를 한다 

그 복잡하고 많은 것을 거의 다 붙이고

마지막 몇 개 남았을 때는 붙일 곳 찾기가 어려운지

골똘히 깊은 생각에 잠기드니

엉덩이로 엉금엉금 뒤로 서너 발자욱

물러난 만큼 멀리서 자석칠판을 응시한다

그렇게 하면 붙일 곳을 쉽게 찾아지는 듯

활짝 웃으며 다가가서 제자리에 딱 붙인다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하더니

"완성!" 하고 성취감에 젖어 소리친다

"그래, 인생도 가끔은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려므나!"

할아버지 입가엔 자석처럼 웃음이 딱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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