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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대, 살아있는 채 지옥에 끌려온 것 같았다 <5> 작가 이지성

野塔 방우달 시인 2011. 10. 25. 01:10

 

나의 20대, 살아있는 채 지옥에 끌려온 것 같았다

대한민국 대표선배가 '88만원 세대'에게<5> 작가 이지성

대담=유병률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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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은 "우리나라 20대는 단체로 침몰하는 배를 타고 있다"며 "남들이 다 가는 길을 쫓아가는 것, 그것이 오히려 가장 불안하고 위험한 길"이라고 진단했다. 20대 딱 10년만큼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꿈을 만들고 그 꿈에 매달리는 것, 바로 이것이 20대의 생존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꿈꾸는 다락방>,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리딩으로 리드하라> 등 모두 200만부 이상 책이 판매된 베스트셀러 작가 답지 않게 이지성(37)은 여리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안철수 선생님만해도 서울대 나오고, 20대에 의대 교수가 되고, '백신'까지 만드셨잖아요. 시골의사 박경철씨 같은 분도 병원 원장 아닙니까. 이분들에 비하면 저는 (20대의 멘토가 되기에) 자격이 없죠. 다만 그분들이 줄 수 없는 것을, 젊은 친구들이 저한테서 받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10등급 중에서 5등급, 남자 여자 따로 뽑던 시절 운 좋게 지방교대(전주교대)에 진학했고, 학점이 좋지 않아 임용고시에 응시할 자격조차 안됐지만 남자 교사가 모자라 또 운 좋게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하지만 성인들 사이의 '왕따'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만큼 20대를 외롭게 보냈고, 아버지 사업이 망하면서 교사 월급은 빚 갚는데 다 들어갔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출판사 80곳으로부터 거절을 당하며 14년을 무명작가로 보냈다.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었다.

이런 이지성이 펴낸 책들에 대한민국 20대가 열광하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정재계와 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그에게 만나기를 청하고, 2만5천명 회원을 거느린 팬카페도 만들어졌다. 대체 안철수, 박경철이 가지지 못한 무엇을 가졌길래 수많은 20대가 그의 얘기를 들으며 힘을 얻고 있는 것일까.

지난 달 30일 이지성이 사는 서울 약수동 인근 카페에서 2시간여 만나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20대라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힘들 수 있는지 그는 경험해 봤다는 것. 그리고 지하 100층까지 추락하는 좌절에서 그는 올라왔고, 올라오는 방법을 그는 알고 있다는 것. 이 두 가지였다.

◇"나의 20대, 살아있는 채로 지옥에 끌려온 것 같았다"
스무 살 때 이지성의 꿈은 시를 쓰는 것이었다. 200명이 교대를 졸업하면 50~60명은 임용고시에서 떨어지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책보고 시만 썼다. "그때는 작가의 운명을 타고난 줄 알았어요. 도서관에 갔을 때 책이 저한테 확 다가오는 느낌 말이죠. 진부한 말일 수 있지만 가슴에 꿈틀거리는 꿈을 믿었죠."

하지만 시를 써서 수 백번 출판사로 보내도 집과 학교로 반송우편만 수북이 쌓였다. 대학 친구들은 되지도 않는 시인의 꿈만 꾸던 그에게 "'또라이' 중에 저런 '또라이'가 없다"고 비아냥거렸고 후배들은 "저 선배 만나면 큰일난다. 물들면 끝장난다"고 수근거렸다. 늘 외톨이로 지내던 그에게 "불쌍하다"며 위로해주는 친구도 있었지만, 얼마 안돼 그들 역시 멀어져 갔다.

대학시절 매달 넷째 주 목요일에는 아버지가 빌린 돈 이자를 갚기 위해 하루종일 전주 시내 은행과 새마을금고 등을 돌면서 10만원씩 이자를 돌려 막았다. "너무 비참했습니다. 20대에는 꿈을 믿고 나가면 머지않아 좋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저 또한 그렇지 않았고요."

스물 일곱, 그는 운 좋게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방과 후면 퇴근도 않고 글만 써대는 그를 보면서 동료 교사들은 '이상한 선생'이라고 불렀다. 아버지의 빚은 더 늘어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이지성은 12가구가 재래식 화장실을 나눠 쓰는 빈민가 옥탑방에서 살아야 했다.

"스물부터 스물 아홉까지 처절도 그렇게 처절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계속 추락했죠. 10년 동안 내 꿈을 위해 사람도 안 만나고 미친 듯이 책만 읽고, 글만 썼는데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 세상은 이렇게 가혹하구나' '재능이 없는 사람이 꿈을 꾸려면 완전히 미친 놈이 되는구나'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저 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밑바닥에 떨어져도 그 밑에 또 지하실이 있어요. 1층, 2층 끝없이 내려가는 거에요. 스물 아홉이 되던 해 12월31일 제 느낌은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00층에 도달한, 더 이상 갈 데도 없고, 전원도 끊기고, 그런 막막한 느낌이었죠."

◇"지옥 같은 곳을 지나고 있다면, 최대한 빨리 지나가라"
그러던 어느날 그는 문학과 철학 대신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었다. "빈민가에 떨어지니깐 살아 남아야 한다는, 가족을 다시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1%도 없었어요. '문학과 철학은 나의 경제적, 사회적 삶조차 구원하지 못하는 구나'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파고들었습니다."

그는 처칠 위인전에서 '만일 지옥 같은 곳을 지나고 있다면 최대한 빨리 지나가라'는 구절을 읽고 무릎을 쳤다. "그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죠. 그런데 이 말을 보는 순간 '이런 사고방식도 있구나' 했습니다. 그래서 20대에게도 정말 지옥 같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거기에 주저앉아버리면 영원히 지옥이니깐, 하지만 진짜 지옥은 아니니깐, 최대한 신속하게 이동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요."

바로 마음의 힘이었다. "제가 재능으로는 다른 사람들 발끝에도 못 미치지만, 꿈을 믿는 마음은 그들이 제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분명히 되겠구나' 확신했죠. 만약에 안되면 그건 우주가 잘못된 것이고,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 거에요. 수많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됐죠. 뭐랄까. 전교 꼴지인데, 기말고사 답안지를 미리 받은 것 같은 느낌 말이죠. 답안을 외우면 전교 1등이 될 수 있잖아요. 내가 읽은 책에 꿈을 이루는 답안이 다 들어있고, 그대로 하기만 하면 되니깐 말입니다. 인생의 답안을 미리 본 기분이었죠. 그러니 내 꿈이 이뤄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 이루어진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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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0층에서 올라오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그래서 이지성이 20대에게 권하는 독서법은 '스펙 좋은 멘토'들이 권하는 독서법과 달랐다. "저보다 더 대단한 분들의 독서법은 어차피 그분들만의 성공 방법이죠. 그분들의 독서를 따라 한다고 일반인들이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분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 할 일은 자기가 체계적으로 알아서 하고, 사회에 나가 일이 맡겨지면 최고로 잘하고, 이런 식으로 성장해온 분들 아닙니까."

하지만 20대는 성공보다는 좌절하는 삶을, 체계적인 삶보다는 망설이고 주저하고 우왕좌왕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현실. "대부분의 20대는 자기관리 능력이 없어요. 훌륭한 분들이 문학과 철학과 고전을 권하지만, 자기관리능력이 없는 20대가 섣불리 고전에서 시작하면 머리만 커지고 인생은 더 나빠질 수 있어요. 20대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지하 100층에서 올라오는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통해 내 안의 부정적 사고방식을 없애는 것.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이것을 못하면 우주가 잘못된 것이야'라고 자기 확신을 갖는 것이다. 둘째, 자신의 행동에 실제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 누가 봐도 인정할만한 파격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기부와 봉사를 하는 것이다.

"아토피 때문에 대학을 중퇴하고 7년을 방안에서 지낸 친구가 제 책을 보고 찾아왔어요. 책부터 많이 읽게 했죠. 어느날 '영어학원 차리는 게 꿈'이라고 하길래 '그럼 다음달에 차리면 되잖아'라고 했어요. 20대를 방황하다 방통대를 졸업한 한 친구도 찾아와 사업을 하는 게 꿈이라고 하길래 제가 그랬죠. '그럼 다음달에 사업 시작하면 되잖아.' 사업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열정으로 하는 겁니다. 당장 자신의 행동에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지 않으면 영원히 변화할 수가 없어요." 이 두 사람은 지금 각각 연매출 3억원의 학원과 50억원대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기부와 봉사는 왜 중요할까. 이지성은 "자기계발은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마 전 정용진 부회장과의 인연을 끊었다"고 말했다. "참 좋은 분이지만 지난 7월 등록금 벌려던 대학생 등 인부 4명이 이마트 냉동창고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도 않는 걸 보며 실망했죠. 정 부회장 뿐 아니라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분들이 만나자고 해서 많이 만났어요. 솔직히 모든 스케줄 중단하고 '대한민국은 지적(知的)으로 망했는가'라는 책을 쓰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나 싶었습니다."

◇"20대가 꿈을 추구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
이지성이 20대에게 던진 화두는 '꿈'이었다. 하지만 그가 얘기하는 꿈은 낭만도, 도전도 아니었다. 생존의 문제였다. "1980년대만 해도 대학 나오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으니깐, 그땐 꿈이 낭만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학점 잘 받아 대기업 들어간들 인생이 바뀌나요. 10년 뒤에는 어떻게 할건데요. 과로사하든지, 나와서 피자가게 하다가 망하든지, 오히려 남들처럼 그렇게 사는 게 가장 불안한 삶, 불안한 길 아닌가요. 지금 한국의 20대는 단체로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습니다. 집단 사이에 묻혀 있으니 그 순간은 안심이 되죠. '100만명이 설마 다 죽겠어'하면서 말입니다."

이지성이 얘기하는 꿈은 죽지 않기 위한 탈출의 수단이자, 생존 방법이었다. "재능 없고, 돈도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을수록, 너무 평범하고 열등할수록, 그럴수록 믿을 건 꿈밖에 없습니다. 절실하게 꿈에 매달려야 합니다. 그 절실한 마음이 재능과 스펙을 가진 사람들을 압도하게 되고, 거기에서 기적이 생기는 겁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건 마음이지, 스펙이 아니거든요. 누군가는 침몰하는 배에서 헤엄치고 육지로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보트라도 끌어다 줄 수 있고, 신고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꿈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20대라면 가슴에 흐르는 피가 뜨겁잖아요. 딱 한번 뿐인 10년인데, 진짜 딱 10년밖에 없는 건데, 그 귀한 시간 죽을 각오로 치열하게 살면 안되나요. 그게 곧 생존을 보장 받는 최고의 방법 아닌가요." 지하 100층까지 추락해 봤던 이지성이 살아왔던 방식이기도 하다. 여린 줄 알았던 이지성은 참으로 강한 사람이었다.

이현수 최우영기자 hy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