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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잠시 떨어지고 싶다면… 만재도로

野塔 방우달 시인 2011. 10. 13. 16:59

 

뉴스플러스①]세상과 잠시 떨어지고 싶다면… 만재도로

드라마‘봄의 왈츠’로 알려져
섬 어디서든 30분이면 바다
코끼리닮은 내·외마도 볼만
  • 짝지 몽돌해변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사내.
     얼마나 더 가야하는 걸까? 쾌속선을 타고 흑산도와 홍도, 상태와 하태도를 거쳐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까지 꼬박 4시간을 달려왔는데도 여정은 남아 있다. 목적지는 만재도. 가거도에서 만재도까지는 또 1시간을 가야 한다.

    목포를 기점으로 했을 때 만재도는 가거도에 비해 가깝다. 또 지리적으로도 가거도가 국토 최서남단이다. 하지만, 뱃길로는 만재도가 가장 멀다. 이는 쾌속선이 이용객이 많은 흑산도와 홍도, 가거도를 먼저 방문하기 때문. 따라서 만재도를 향하는 여행객은 원없이 배멀미를 겪는다. 혹자는 당연히 그런 곳을 왜 가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만재도에 있다. 만재도에 가본 사람만이 배멀미에 반송장이 돼가면서도 만재도를 찾는 이유를 안다. 며칠쯤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단절을 선언하고 싶은 이들, 세상의 끝에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만재도는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준다. 

    만재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가는 가장 먼 섬이다. 변변한 구멍가게조차 없는 이 섬은 수고스러운 삶의 짐을 잠시 내려두고 자연인이 되어 사나흘쯤 푹 쉬어가기 좋다.
    만재도는 작은 섬이다. 고작해야 50여가구에 100여명이 산다. 만재도(晩才島)는 ‘재물이 많은 섬’이란 뜻. 1960년대까지는 가라지(전갱이과) 파시가 형성돼 섬의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그런 호시절은 오래 전에 지나갔다. 몇해전에는 분교마저 폐교됐다. 어쩌면 지금 이 섬에서 평생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하늘로 돌아가면 ‘빈 섬’이 될지도 모를 그런 섬이다.

    만재도는 T자를 왼쪽으로 뉘어놓은 모양이다. 만재도에서 동쪽으로 뻗은 해안은 해변으로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져 있다. 만재분교 뒤로 솟은 야트막한 산이 없다면 파도가 섬의 이쪽과 저쪽을 수시로 넘나들 그런 섬이다. 만재도에 발을 딛는 일은 ‘상륙작전’을 방불케 한다. 바다가 얕아서 선착장에 쾌속선을 댈 수가 없다. 따라서 쾌속선이 바다에 멈추면 조그만 연락선이 승객을 태우러 온다. 이것은 만재도를 빠져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섬의 동쪽에서 기적이 울리면 쾌속선이 보이지 않아도 연락선은 서둘러 바다로 마중을 나간다. 

    드라마 ‘봄의 왈츠’를 찍었던 짝지의 몽돌해변.
    기실 만재도는 신안 사람들도 모르던 외진 섬이었다. 이 섬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봄의 왈츠’ 때문이다. 어린 수호와 은영이 섬에 표류해 온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당시 드라마를 찍었던 곳은 섬 한가운데 자리한 마을 앞 몽돌 해변. ‘짝지’라 불리는 이 해변은 파도가 들고 날 때마다 고른 숨소리를 낸다.

    해변에서 바라보면 마을의 집들은 알록달록한 지붕만 빼고 모두 돌담에 숨어 있다. 태풍 때문이다. 돌담이 없으면 지붕은 훌쩍훌쩍 바람에 날아간다. 마을로 드는 길은 돌담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마을에서 동쪽으로 난 길은 산책로가 좋다. 양쪽이 바다로 되어 있어 끊일 듯 이어진 섬을 따라 거니는 맛이 있다. 어디를 가도 30분이면 바다와 맞닥트리는 섬에서 여행자들은 발길이 닿는 데로 이 섬 구석구석을 훑고 다닌다. 그러다 쉬기 좋은 공간을 만나면 눌러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 

    방페제에 널어 말리는 고기.
    만재도는 마을이 있는 쪽을 제외한 북서쪽은 아찔한 벼랑이다. 배를 타고 나가 바다에서 보면 거제 해금강이나 홍도가 부럽지 않다. 코끼리를 닮은 무인도 내마와 외마도 볼만하다. 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가도 된다. 이 섬에서 가장 높은 마구산(176m)으로 가는 능선에는 키낮은 풀들이 우거진 오솔길이 있다. 30분쯤 걸으면 뱃사람들의 의지가 되는 작은 등대가 있다. 등대 너머로는 길쭉한 돌기둥이 잇달아 붙어 있는 주상절리형의 벼랑이 펼쳐졌다.

    트레킹이나 낚시 외에 만재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아니 꼭 무엇을 할 필요는 없다. 세상과의 인연을 잠시 접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될 뿐이다. 잘 터지지 않는 휴대전화는 꺼 놓는 게 좋다. 반나절쯤 몽돌해변을 훑는 파도로 마음을 씻고, 또 반나절쯤은 마구산의 오솔길에 앉아 수풀을 흔드는 바람을 느껴본다.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되어 며칠쯤 보내고 나면 잊고 살던 ‘자아’와 맞닥트릴지도 모를 일이다.

    만재도(신안)=글·사진 스포츠월드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여행귀띔

    지난해까지 만재도에는 짝수날에만 쾌속선이 오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매일 운항한다. 쾌속선은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8시 출발, 만재도에서는 오후 1시에 출발한다. 목포에서 만재도까지는 5시간, 만재도에서 목포까지는 4시간 걸린다. 뱃삯은 4만4800∼4만6300원. 동양고속(061-243-2111).

    여름철에는 낚싯배도 운영된다. 이 배는 목포에서 다른 섬을 들리지 않고 곧장 만재도로 가기 때문에 쾌속선보다 빠르다. 2∼3시간쯤 걸린다. 뱃삯은 왕복 9만원. 만재이선장(061-285-9820)

    만재도에는 변변한 숙박시설이 없다. 지난해 폐교한 만재분교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민박이 유일하다. 이곳은 마을 이장이 관리를 한다. 식당도 없다. 민박집에 부탁을 하면 식사를 마련해 준다. 최규환 이장(010-7174-8654)
     
  • 목포서 뱃길로 233㎞…서해 끝 ‘가거도’

    서울신문 | 입력 2007.05.31 02:52

     




    [서울신문]가히 사람이 살 만한 곳이라 했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떠 있는 섬, 가거도(可居島). 일제강점기때는 '소흑산도'라 불렸다. 지금은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라는 어엿한 행정구역명을 갖고 있다.

    # 시원한 곳 따뜻한 곳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5㎞, 뱃길로는 233㎞ 떨어져 있는 절해의 고도. 쾌속선으로 내쳐 달려도 4시간 30분은 족히 걸린다. 가거도항 선착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성벽처럼 둘러쳐진 방파제다. 국내 항만공사 사상 최장기간인 28년 만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사비만도 1325억원. 쌓으면 부숴버리는 파도, 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세운 대역사의 현장이다.

    가거도에는 여름에 시원한 마을과 겨울이 따뜻한 마을이 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민가는 물론, 학교와 상점, 숙박업소 등이 가거 1구에 밀집돼 있다. 망추개와 콩돌해변, 달뜬목 등 둘러볼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름답기로는 역시 여름이 시원한 가거 2,3구가 한 수 위. 국내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성견여를 향해 헤엄쳐 가는 악어 모습의 가거 2구 풍경은 단연 압권이다. 분지형태의 섬등반도위로 황로, 백로가 염소들과 희롱하고, 섬 중턱의 폐교너머로 솟은 기암절벽에는 파도가 쉼없이 제 몸을 부순다. 찬탄을 금치 못할 절경이다.

    # 가거도 최고의 전망대 하늘별장

    일주 도로는 없지만, 섬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는 등산로는 잘 개발돼 있다. 특히 2구에서 등대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는 반드시 가봐야 할 곳. 물새들의 천국 구굴도와 성건여 등 가거도의 비경들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1구쪽에서는 망추개와 달뜬목 등을 연결하는 등산로를 개발하고 있다.

    섬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독실산(639m)에 올라야 한다. 산세가 우람해 오를수록 웅장한 느낌을 준다. 독실산 정상의 '하늘 별장'은 경찰 레이더 기지의 별칭이다.2005년 9월부터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맑은 날엔 제주도까지 관측되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

    # 사람만 사나? 물고기도 산다

    사람이 살 만하다면 물고기들에게도 마찬가지일 터. 가거도에서 정서쪽으로 43㎞ 떨어진 '가거초'일대는 그야말로 황금어장을 이룬다. 물속에 숨겨져 모습은 드러나지 않지만, 가거도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맘때면 농어·돌돔, 여름과 가을엔 부시리, 겨울에는 감성돔 등 고급 어종들이 찾아든다.'열기'라고도 불리는 불볼락무시로 잡힌다. 그래서 해마다 1만여명에 달하는 낚시꾼들이 가거도를 찾는다.1만 5000원에 낚싯대를 대여해 주는 곳도 생겨났다.

    # 선상관광도 해볼만

    홍도 못지않다는 가거도 해안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역시 배를 타야한다. 가거항 선착장에서 회룡산과 장군바위 사이를 빠져 나가면 곧바로 기암괴석들이 줄을 선다.

    군대 연병장에서 사열이라도 받는 듯하다. 녹섬, 돛단바위, 섬등반도, 납덕여, 망부석(모녀바위), 검은여(손가락바위), 개린여, 칼바위, 빈주암, 남문 등 작은 절벽과 기암괴석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어선이나 낚싯배를 빌려타는데 1인당 2만∼3만원 정도 받는다.6∼10명 내외의 인원이모이면 출항한다.

    글 사진 가거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만재도 & 가거도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 가는 길 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매일 아침 8시에 출항한다. 가거도까지 어른 4만 6550원, 어린이 2만 3300원. 만재도는 어른 4만 3050원, 어린이 2만 1550원. 여름철 성수기(7월 15일 예정)에는 10%의 특송료가 부과된다. 목포로 올 때는 여객터미널 이용료 1500원이 면제. 동양고속 www.ihongdo.co.kr(061)243-2111∼4. 남해고속 namhaegosok.co.kr(061)244-9915∼6. 만재도까지 곧장 가는 관광선도 있다. 최규환 만재도 이장(011-1774-8654)이 연결해 준다. 목포와 진도에서 각각 출발한다.

    # 잠잘 곳 가거도는 가거 1구에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다. 방당 민박 2만 5000원, 여관 3만원선. 여름철 성수기엔 가격이 다소 오른다. 만재도 '만재콘도'는 총 4실 규모.4인기준 8만원.1인추가 1만원. 단체가 묵을 수 있는 노인회관도 개방할 예정. 가격미정. 낚시인들을 상대로 5가구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 먹거리 대부분 식당에서 회와 해산물을 주로 판다. 모두 자연산이라는 것이 강점.㎏당 1만∼2만원선. 가거항입구 둥구횟집(010-2929-4989) 등이 유명하다. 목포시 옥암동 '인동주마을'은 '인동주'와 홍어삼합, 꽃게장 백반으로 유명한 곳.4명이 먹을 수 있는 한상차림에 3만원. 홍어삼합은 무료로 추가.(061)284-4068.

    # 알아둘 만한 전화번호

    신안군청(tour.sinan.go.kr) 문화관광과 (061)240-8360∼5.

    흑산면사무소 가거도출장소 246-5400.

    흑산면사무소 275-9300.

    남성낚시 246-4070,(011)9415-0117.

    경진낚시 246-4534,(010)4662-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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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조차 편안한 섬에서의 휴가
    한겨레|
    입력 2003.07.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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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열받는 도심을 탈출하는 일이 급하다. 뜨겁기만한 여름을 오히려 건강하고 유익하게 지낼 수는 없을까 피서여행을 잘 다녀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건강한 피서여행 길잡이로 ‘여름특집-이곳에 가면 여름이 즐겁다!’를 ‘섬, 산과 계곡, 동・서・남해안 해수욕장’으로 나누어 연속 4회에 걸쳐 내보낸다. ■전남 신안 섬여행 섬이라는 말은 ‘진정한 단절’, 고독, 낭만, 평화, 그리고 그리움…, 이런 말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섬이라는 곳에 ‘순수 자연’이라는 바탕색이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별로 건드리지 않은 무위자연의 투명한 색깔 위에 얹혀사는 섬사람들의 성정은 자연색을 닮아 참으로 ‘인간답다’할 것이다. 그 인간다움은 뭍 손님들을 맞아주는 얼굴빛으로, 정성어린 밥상차림에, 그리고 부둣가까지 나와 흔들어주는 손끝에 담뿍 담겨온다. 뭍에 가까운 섬들이 다리를 놓아 도시문화를 이식시키고 있는 이때 섬으로만 이뤄진 전남 신안은 오히려 개발이 안 된 탓에 섬여행 시대 최적의 여행지로 다가오고 있다. 지글지글 끓는 도시의 일상을 떠나, 버글대는 동해안 고속도로를 피해, 올 여름엔 ‘한국의 지중해’ 신안에 가서 피서와 도시탈출의 한을 풀어보자! 신안은 한국에서 섬으로만 이뤄진 군(신안, 옹진, 울릉) 가운데 섬이 가장 많은 곳이다. 한국(남한)의 섬 3천2백1곳 가운데 25.8%인 827개의 섬(유인도 74곳, 무인도 7백5십3곳)이 신안에 있다. 여기에는 물론 이미 이름이 알려진 흑산도, 홍도, 가거도, 암태도, 압해도, 임자도 등이 있다. 흑산도는 예로부터 유배지로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 면암 최익현 등이 지나갔고, 홍도는 관광지로, 암태도는 일제때 소작쟁의로, 임자도는 ‘사막’과 전장포 백하새우로, 압해도는 목포에 가장 가까운 섬이면서 ‘신안 뻘낙지’로 이름을 얻을 만큼 얻은 섬들이다. 그런데 이런 섬들 외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여름이면 가히 ‘세계적인’ 해수욕장들을 안고 피서지 또는 한적한 여행지로서 꿈같은 여정을 연출해줄 수 있는 섬들이 무수하다. 신안 섬들이 놓인 구조를 보면 목포쪽 가까이 압해도, 증도 임자도 자은도, 암태도, 안좌도, 장산도, 하의도, 도초도, 비금도, 우이도 등 11개의 어미섬들을 중심으로 새끼섬들이 올망졸망 놓인 곳을 ‘소지중해’, 우이도를 경계로 그 너머 흑산도, 홍도, 상・중・하태도(태도군도), 가거도, 만재도 등 7개의 큰 외딴섬들이 놓인 곳을 큰 바다인 ‘흑산 바다’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소지중해는 크고 작은 무수한 섬들이 서로 울타리가 되어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지중해처럼 잔잔해서 바다호수라 할만하다. 따라서 이곳의 왠만한 섬에는 숨겨진 해수욕장들이 있는데, 모래의 질이나 백사장의 길이, 경사도 등에 있어서 동남아의 여느 해수욕장은 물론 세계의 유명 해수욕장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또 약간의 모험심에 더 스릴있는 ‘바다 사냥’을 나가보고 싶은 사람은 질주하는 쾌속선을 타고 흑산바다로 진출할 일이다. 그 바다는 <흑산도아가씨>의 뭍을 그리는 한과, 의로웠던 선조들의 목숨을 건 귀양의 한이 서려있기에 그저 남태평양의 ‘크리스털 해변’에서 바나나보트를 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숙하고 찡한 ‘느낌’을 선물로 얻게 될 것이다. 남한에서 가장 섬이 많은 곳새끼섬들 올망졸망 파도 막아주는 "소지중해"부터거친파도 외딴섬 쾌속선으로 짜릿 "흑산바다"까지827개 "원초"가 웃는다 이른바 ‘소지중해’라고 하는 신안의 ‘안 바다’섬들 돌아보기는 임자도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임자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수욕장’이라는 대광해수욕장이 있다. 백사장 길이가 12km(20리)이니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가는 데 한 나절이 족히 걸린다. 맨발로 건강 산보를 하거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바닷길 산책으로 이만한 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규모의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늦게 핀 해당화 무리가 아직 남아있고, 모래의 섬답게 중동이나 아프리카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오아시스(임자도에서는 ‘물치’ 또는 ’모래치’라고 한다)들도 보인다. 각종 현대식 숙박시설과 잘 다듬어진 천연잔디 축구장도 들어서 있다. 섬 북서단에 있는 전장포는 백하새우 전국 생산량의 60%를 내는 포구이다. 올여름부터 운행되는 섬 유람선을 타면 원추리꽃이 만발한 바위벼랑이 절경인 허사도와 부남군도를 돌아볼 수 있다. 임자도 옆섬 증도는 신안해저유물이 나온 곳이고 한국 제2의 천일염전인 태평염전, 고대로부터 이어져 오는 섬 특유의 매장풍속인 초분 등 볼 거리가 많은 섬이다. 목포항에서 배(철부선)를 타면 소지중해의 여러 섬으로 쉽게(차를 몰고도) 연결된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서로 바다다리로 이어진 섬으로서 신안 소지중해의 관문이다. 비금(飛禽)도는 최초로 천일염 염전을 개발한 곳으로 예전엔 소금을 판 돈이 날아다닐 정도여서 ‘비금(飛金)도’라 했다는 말이 있었으나 오늘날엔 염전이 하나의 유물로 흔적만 남겨가고 있다. 비금도의 명사십리(鳴沙十里)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5km, 너비 300m로 길이와 폭이 모두 세계적인 규모를 갖췄다. 경사가 완만하고 물먹은 모래바닥이 적당히 단단해서 축구나 달리기 등 어떤 운동을 하기에도 좋다. 백사장 주변은 다복솔(키 작은 소나무)밭에 갯멧꽃 등 이름모를 야생화와 풀덩쿨이 우거진 초원이어서 캠핑을 하기에도 좋다. 명사십리에서 산고개를 넘으면 이름도 독특한 하느넘해수욕장이 있다. 태평양의 야성적인 파도를 바라보며 역동의 바다에 몸을 맡겨보고 싶은 사람이면 이곳이 좋다. 백사장 길이나 폭은 명사십리에 비할 수가 없지만 한적한 맛이 좋다. 하늘과 넘실대는 바다만 보인다고 해서 ‘하느넘’이다. 비금도에서 도초도로 다리가 이어지는 지점인 수대리 포구 뒷동산에는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이 당나라에 사신으로 가다가 파놓은 고운정이 천년 여 세월 생상한 물줄기를 솟구쳐 내며 한여름 갈증난 피서객들을 부르고 있다. 다리 건너 도초도에도 매우 특이한 해수욕장이 섬의 상징물로 앉아있다. 시목해수욕장, 이 해수욕장은 바다가 거의 360도 만입한 자리에 모래가 쌓여 이뤄진 것이다. 새 둥지처럼 둥근 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흑산바다의 파도를 소리로만 느끼며 해수욕을 즐기는 맛이 야릇하다. 비금・도초에서 보통 배의 속도로 40분 거리에 있는 우이도 또한 세계 어느 섬에도 없은 ‘신안 지중해’만의 독특한 상징물을 안고 있다. 돈목해수욕장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모래산이 그것이다. 높이 80m 길이 200m, 폭 8~10m인 이 모래산은 바람이 모래를 쓸어올려 이룬 것으로 하나의 ‘사막현상’이다. 그러나 갈수록 이름이 알려지면서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개미떼처럼 이 모래산을 기어오르는 통에 모래산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이도엔 또 봄이면 온산을 뒤덮고 있는 춘란과 천리향이 꽃을 피워 섬 주위에 향기가 가득하다. 흑산바다와의 접경에 있는 우이도엔 큰 바다에서 놀던 도미 농어 민어 등 고급어종들이 알을 낳거나 쉬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어서 자연산 생선이 넘쳐난다는 게 큰 자랑이다. 돈목마을 이장이자 다모아민박 주인 박화진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어장에서 15kg이나 나가는 대형 민어(사진)를 잡았는데 클수록 맛있다는 민어는 이만한 게 잡았다는 기록이 없다고 한다. 그 민어는 지금 박씨집 대형 냉장고안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신안 소지중해의 섬들 가운데 환상적인 해수욕장이 있는 곳으로 빼놓을 수 없는 데가 안좌도와 자은도이다. 안좌도의 면전해수욕장은 신안 사람들 가운데 가본 사람이 가족해수욕장으로 제일로 꼽는 곳이다. ‘야생마처럼 달리는 쾌속선에 몸을 싣고 광활한 태평양 바다를 가로질러 고독과 낭만의 외딴섬으로…’. 듣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이 여정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흑산바다 횡단 쾌속선 여행’이다. 피서철이면 목포항에서 수시로 떠나는 흑산도・홍도・가거도(또는 만재도)행 쾌속선을 타면 당일로 ‘바다맛’을 제대로 보고 돌아올 수 있다. 물론 도중에 흑산도나 홍도 등지에 내려 숙박을 하며 섬 여행의 또 다른 맛을 느껴보겠다면 일정을 늘려야 한다. 폭포항에서 떠난 쾌속선은 45분만에 ‘안 바다’와 ‘큰 바다’의 경계인 비금・도초 ‘바다 다리’에 닿아 짐을 내리고 이윽고 큰 바다인 흑산바다로 돌진해 들어간다. 안 바다에서는 ‘소지중해’ 다운 잔잔한 수평선 위에 점점히 안갯빛이었다가 진초록으로 다가오는 섬들과 눈맞춤을 하고, 흑산바다에 들면서부터는 동산만큼 크기로 넘실대오는 대양의 파도를 가르며 진한 야성에 젖어본다. 이 길은 예전에 선조들이 눈물로 한을 삭이며 가던 ‘돌아오기 어려운’ 길이었지만 요즘엔 최첨단 시설의 호텔급 쾌속선을 타고 가는 길로 바뀌었다. 쾌속선은 비금・도초를 떠난 30분 뒤에 흑산도에, 흑산도를 떠나 30분 뒤에 홍도에 닿고, 홍도를 뒤로 한 쾌속선은 30분 뒤에 섬 셋이 위 아래로 나란히 놓인 ‘삼치의 섬’ 태도(상・중・하태도)를 옆으로 바라보며 30분만에 가거도에 닿는다. 가거도는 해수욕장은 없지만 뭍에서 가장 먼 섬의 하나라는 고적감과 섬 주변 경치, 낚싯꾼들이 잡아오는 풍부한 어족을 특징으로 삼는 섬이다. ‘달나라보다 가기 어렵고, 미국 가기보다 멀다’는 섬 만재도는 가거도에 가는 쾌속선이 이틀에 한 번 들른다. 그러니만큼 만재도엔 뭍과는 전혀 다른 ‘자연과 사람의 색깔’이 따로 있다. 최성민 기자 smchoi@hani.co.kr ※신안 섬 가는 길 ‘신안 소지중해’ 섬 가운데 임자도와 (증도)는 각각 지도읍 점암부두(임자도행)와 (송도부두(증도행)에서) 철부선을 탄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거쳐 무안나들목으로 지도까지 가는 데 3시간, 부두에서 임자도 또는 증도까지 배로 20분 걸린다. 대광리해수욕장에 선비치호텔등 숙식시설이 있다. 임자면사무소옆 ( )식당에 가면 신안 섬에서 철따라 나는 각종 생선을 회와 찜으로, 새우젓 등 각종 젓갈과 함께 맛볼 수 있다.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에서는 26일부터 30일까지 ‘모래체험 축제’가 열린다. 증도에서는 민박을 해야 한다. 나머지 소지중해 섬들의 항로는 방향에 따라 1목포항-팔금(안좌와 다리로 이어짐)-암태(자은과 다리로 이어짐)), 2목포항-비금(도초와 다리로 이어짐)-흑산(홍도), 3목포항-장산-하의, 4목포항-우이 등 4개의 항로로 나뉜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목포항에서 출항하는(첫배 오전 7시 50분, 막배 오후 2시) 쾌속선을 탄다. 45분 걸린다. 섬 안에 공용버스와 택시가 있다. 우이도 가기는, 일반 여객선 <신해 3호>가 우이도에서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여 목포까지 3시간 30분 걸린다. 같은 날 목포항을 12시 20분에 떠나 우리도로 돌아간다. 따라서 우이도에서 1박을 해야 한다. 우이도는 외딴섬답지않게 핸드폰도 잘 터지고 호텔보다 아늑한 방과 바다진미의 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이 많다. 다모아민박(061-261-4455, 011-648-1859)은 주인 박화진 이장이 앞바다 좋은 물목에 그물을 놓아 건진 자연산 도미와 농어 등 고급어종을 싱싱한 회와 매운탕으로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삯은 편도 1만2천250원. 숙식비는 민박 1실(3인 기준) 2만원, 식사 1인1식 5천원. ‘흑산 바다’ 섬 가기는 목포항에서 출항하는(첫배 오전 7시 50분, 막배 오후 2시) 쾌속선을 탄다. 흑산도까지1시간, 홍도까지 1시간 30분 걸린다. 가거도와 만재도는 짝수날만 간다. 오전 8시에 출항하여 가거도까지 3시간 30분 걸리고, 만재도는 가거도에서 돌아오면서 들른다. 가거도에서 만재도까지 30분 걸린다. 쾌속선 요금은 흑산도까지 2만4천500원, 홍도까지 3만 250원이다. 문의 (061)244-9915(남해고속), 신안 여행에 관한 그밖의 문의는 (061)240-1241(신안군청 관광문화과)로 하면 된다. 최성민 기자 smchoi@hani.co.kr "소지중해" 관광개발 바람‥머잖아 자동차로 섬일주 신안군은 ‘신안 소지중해’를 세계적인 해양관광지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실천해가고 있다. 우선 소지중해안 섬들 곳곳에 지중해 해변 풍치를 능가하는 펜션하우스와 콘도를 짓고 이들을 쉽게 연결하기 위해 섬마다 요트덱크를 마련, ‘요트 여정’ 시대를 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해외자본을 유입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데, 요트에 대한 특별소비세 면세 여부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조선일보>가 ‘신안 섬들의 다리잇기’에 대해 ‘디제이 정권의 특혜’라고 보도했다가 신안군으로부터 ‘왜곡보도’라는 이유로 언론중재위에 제소당한 바 있다. 이 다리잇기는 (김영삼 정권)때 시작돼 이미 안좌-팔금, 자은-암태, 비금-도초가 이어졌고 현재 암태-팔금 사이 다리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거의 완료단계에 이른 정책이다. 또 목포-압해도도 지난 해에 착공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머지않아 이 다리공사들이 완료되면 명실상부한 ‘소지중해’에 놓이게 되는 신안의 섬들은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열리게 되고, 가장 큰 수혜자는 뭍에 사는 도시인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안군은 또 ‘신안 소지중해’의 귀한 자산 가운데 하나가 질좋은 모래라는 것을 파악하고 모래보호에 나서고 있다. 신안의 모래는 일제시대부터 일제와 선이 닿는 광산업자나 ‘ㅎ유리’등이 대거 채취해갔다. 그 결과 임자도에서는 해마다 해안유실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면장과 섬주민들이 모래지키기 운동을 벌여왔다. 또 영산강 방조제 막이로 뭍으로부터의 모래유입이 끊긴데다가 업자들이 바다 밑바닥의 모개까지 훑어가는 바람에 모래밭을 터전으로 산란을 하는 어족들이 급감하기에 이르렀다. 신안군은 지난해부터 일체의 모래채취 허가를 금지하고 ‘신안 모래 보호 선언’을 했다. 그런데 일부 업자들이 폭풍우 등 악천후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을 틈타 한 번에 수천만원어치씩의 모래를 채취해 달아나고 있다고 한다. 낙동강 하구 일대 등 큰 강 어구 등지엔 쌓이는 토사로 새로운 섬이 생기는 등 모래자원의 불균형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대조적이다. 범국가적인 모래자원보호 및 균형조절 작업이 필요한 대목이다. 최성민 기자 smchoi@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