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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도? 흔해진 '눈물' 그 진실과 위선 사이

野塔 방우달 시인 2011. 9. 11. 19:50

박경철도? 흔해진 ´눈물´ 그 진실과 위선 사이
시골의사 눈물 흘린날 정몽준도 출판기념회서 어머님 회상하며 눈물
전문가들 "최근 유행하는 감성의 리더십 반영…작위적이면 역효과"
동성혜 기자 (2011.09.11 09: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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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권에서 요즘 흔한 건 ‘남자의 눈물’이다.

최근 화제가 된 것은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인 ‘시골의사’ 박경철 씨의 눈물이었다. 박 씨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한 6일, 안 원장을 끌어안고 흘린 눈물이 인터넷 상에서는 꽤나 화제가 됐다.

박씨가 눈물을 흘린 배경에 대해 해석은 판이했지만 본인은 “아름다운 양보에 눈물이 났다”고 존경을 표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같은 날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출판 기념회에서 손숙 전 장관이 자서전 가운데 정 전 대표의 어머니 고 변중석 여사에 관한 이야기를 낭독하자 황급히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정 전 대표는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쳐냈지만 금세 눈물이 번졌다.

지난달 21일 또 한 남자의 눈물이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실패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4차례나 눈물을 보였다. 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느라 뒤돌아섰고, 회견 말미에는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다시피 인사한 후 뒤돌아서 눈물을 훔쳤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한 회동을 가진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뒤 울먹이던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포옹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 대한 국회청문회 당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의 눈물이 엿보였다. 정 최고위원은 2003년 한진중 정리해고에 반발해 자살한 노조원들의 장례식 동영상을 틀면서 “해고는 살인”이라 울먹였고, 장 의원은 조 회장을 향해 “부산시민들이 다 해고당해서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복직시키겠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겠다’고 왜 말을 못하느냐”고 울먹였다.

이젠 대통령의 눈물도 새삼스럽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회고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TV광고다. 국민들은 노 후보에 대한 연민에 목이 메었고 정치권에서는 “2분여의 이 TV광고가 50만표의 향방을 갈랐다”고 풀이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7년 연금 해제 후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참배할 때, 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2010년 9월 KBS TV <아침마당>에서 “아들의 성공을 지켜보지 못하고 작고한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인사청문회에 선 후보자들의 ‘눈물’도 많아졌다.

지난달 4일 인사청문회에서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는 형이 이명박 대통령과 친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사실무근”이라며 울먹였다. 이 때문에 박지원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대한민국 검찰총수가 돼서 그런 울먹임이 어떻게 평가될까 잘 생각하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2009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2010년 김황식 국무총리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2011년 3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눈물을 흘렸다.

대부분 가족에 대한 의혹 제기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과거 회상하는 과정 등에서도 울먹였다.

정치인의 ‘눈물’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눈물 역시 흔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 도중하차 때 울었고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7년 대선에서 승리해 귀향할 때 울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1993년 흑인교회 예배 때와 1997년 취임식 날 눈물을 보였다.

이탈리아의 ‘스캔들 총리’ 베를루스코니도 지난해 2월 이스라엘 방문 때 울었고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2008년 쓰촨성 지진 참사 현장을 방문, 이재민들과 함께 눈물을 흘려 TV를 보던 많은 중국인들도 함께 울었다.

이와 관련,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최근 각광받는 리더십 가운데 하나가 감성의 리더십”이라며 “‘눈물’은 논리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큰 위력을 발휘하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진정성 여부라는 것. 최 소장은 “진정성이 있으면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만 작위적이라면 ‘악어의 눈물’이라는 반작용을 불러일으킨다”며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너무 많이 ‘눈물’을 써먹어서 이제 국민들은 냉정하게 바라보며 쇼맨십이라는 거부감이 작동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데일리안 = 동성혜 기자]